
큰 사회적 위험이 될 수 있는지 경고했습니다. 그는 AI로 만든 목소리가 사람을 속이고, 심지어 금융 사기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시니어 독자도 많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할머니, 저예요!”라며 손자인 척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는 사기 전화가 심심찮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정말 AI 음성 사기가 이렇게 쉽게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기술의 위협을 과장한 것일까요?
몇 초만 녹음돼도 목소리가 복제된다?
과거에는 음성 사기가 대부분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해 단 몇 초의 음성 녹음만 있으면 상대방의 말투, 억양, 목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튜브에 있는 음성만으로도 누군가의 ‘가짜 목소리’를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 은행이나 공공기관은 단지 목소리만으로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예금주가 본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목소리는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AI가 아무리 정교한 가짜 목소리를 만들어도, 아직까지 그것만으로 완벽한 사기를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이 이야기에 쉽게 겁을 먹는가?
AI에 대한 공포는 대부분 낯설고 복잡한 기술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는 이 기술이 익숙하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빠르게 발전하는 듯 보여 두려움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런 감정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이 지나치면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오히려 무기력해지기 마련입니다.
알트먼 CEO가 강조한 메시지 중 일부는 분명 유익합니다. AI 기술이 더 발전하면, 사기범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음성 기반 인증’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위험에 대비해야 하며, 기술적으로도 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점은, 이미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여러 인증절차를 병행하고 있고, 소비자 역시 조금의 주의만 기울이면 충분히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니어가 기억해야 할 ‘AI 사기 방어법’
1. 목소리에만 의존하지 마세요.
전화로 들리는 음성이 아무리 익숙해도, 목소리만으로 상대를 믿어선 안 됩니다. “할머니, 나야”라고 해도, 반드시 “너 누구야?”라고 물어 확인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전화를 끊고 가족에게 직접 다시 연락해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2. 의심이 들면 직접 확인하세요.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다면, 직접 공식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3. 개인정보는 절대 말하지 마세요.
전화로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을 묻는 경우는 사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 어떤 기관도 전화로 그런 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4. 가족과 ‘암호 질문’을 만들어 두세요.
갑자기 전화로 “도와줘”라고 말하는 손자에게 “우리 강아지 이름이 뭐지?” 같은 미리 정해둔 질문을 던져보세요. 진짜라면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5. 기업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이런 위험성을 경시해서는 안 됩니다. 오픈AI처럼 기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적 방안과 정책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음성 사기와 같은 새로운 사기 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예컨대 AI가 생성한 콘텐츠에는 ‘AI 생성’ 표시를 의무화하거나, 금융기관에 ‘목소리 인증 외 추가 인증’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
기술은 계속 발전합니다. 음성뿐 아니라 얼굴, 영상까지 복제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기본적인 의심과 확인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이것입니다. AI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무턱대고 믿는 우리의 태도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시니어 세대가 갖고 있는 삶의 지혜와 의심하는 본능은, 그 어떤 보안시스템보다도 강력한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