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은 짧고, 모든 것은 언젠가 타버립니다
며칠 전, 와인을 수집하던 한 작가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삶의 기반을 만들고, 새로운 취미로 와인을 모으기 시작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와인을 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올 그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기만 했죠. 사랑하는 사람과의 저녁 식사, 완벽한 분위기,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와 함께할 그날을 기다리며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의 산불이 찾아왔고, 그는 집과 함께 모든 와인을, 기억을, 기록을 한순간에 잃었습니다. 열어보지도 못한 채 잿더미가 된 와인병들. 서랍 속에 묻혀 있던 소중한 기념품들. 그제서야 그는 깨달았다고 합니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우리 세대는 참 많은 걸 ‘아껴두며’ 살아왔습니다. 좋은 그릇은 귀한 손님 올 때만 꺼내고, 고운 옷은 명절이나 행사 때만 입고, 마음마저도 조심스레 접어두었죠.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기다리던 그 ‘특별한 날’은 영영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바로 오늘이 그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예고 없이 변합니다. 건강도, 가족도, 추억도, 심지어 우리가 사랑했던 공간마저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좋은 와인이라면, 오늘 저녁 식사에 따르십시오.’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는, 지금 바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보십시오.’
‘기억 속에만 있던 여행지를 향해, 한 발자국이라도 먼저 내딛어 보십시오.’
삶은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순간을 완성해 가는 것입니다.
그 작가는 이제 이렇게 산다고 합니다. 화요일 저녁, 배달 음식을 먹으며, 가장 아끼던 와인을 마신다고요. 형광등 아래에서, 평범한 날에, 값싸고 흠집 난 유리잔에 따르면서도 말입니다.
“완벽한 식사”도, “특별한 순간”도 아니지만, 그 속엔 삶의 진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건배를 올립니다.
“잘 숙성된 치즈, 좋은 친구들, 그리고 다음에 만날 누군가를 위해. 무엇보다도, 사랑과 유머로 이 삶을 견뎌낸 저 자신에게.”
우리는 살아가며 너무 많은 것을 ‘나중으로’ 미루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진심은 미룬다고 깊어지지 않고, 소중한 순간도 지나고 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이 하루, 이 평범한 저녁이 어쩌면 가장 특별한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짧고, 모든 것은 언젠가 타버립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소중히 여겨주십시오.
당신은 이미 그 특별한 날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