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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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멈추고,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6년 전 자동차 보험사에서 받은 이메일 제목이었습니다. 보험 갱신 안내일 뿐인데, 마치 세상이 멈춘 듯 행동하라는 과장된 메시지가 저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실제로 ‘멈추는 일’에 점점 서툴러지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계획하고, 처리하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상 속에서 ‘의미 있는 쉼’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나 지금 뭘 하고 있었지?”

어느 날 아침, 강아지와 마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식물 표찰을 꽂으며 이것저것 정리하다 문득 생각이 멈췄습니다. 아내가 다가와 말합니다.

“누가 당신 좀 보자고 하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어.”

“그래서 더 가야지.”

가만히 앉아 햇볕을 쬐는 일조차 ‘뭘 하는 건지’ 설명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사실 저도 가끔은 마음이 바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느라 더 바쁘지요.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라고 재촉합니다. 누군가가 와서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라고 물으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바빠요.”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그런데 정말 바쁜 걸까요?

‘쉼’도 계획이 필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하십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지금 이걸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박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무엇도 하지 않는 시간이야말로 우리 몸과 마음에 필요한 ‘여백’일 수 있습니다.

마당의 의자에 앉아 그늘을 바라보는 일. 강아지가 풀밭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거기엔 ‘성과’도 없고 ‘계획’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오히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힘이 생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술

우리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일하느라, 가족 챙기느라, 미래를 준비하느라 말이지요. 그런데 그 모든 바쁨 사이에 ‘쉼’은 들어갈 자리가 있었을까요?

이제는 조금 다른 삶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것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용기 말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냥 찾아오지 않습니다.

지금, 모든 것을 멈추고 시작해야 할 시간입니다.

오늘의 제안

지금 당장,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한 창가나 마당 의자에 앉아 보십시오. 할 일은 내일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쉼’의 순간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유일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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