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는 누구에게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일터를 떠나며 느끼는 해방감, 자유시간, 그리고 그 이면의 막연한 불안과 상실감. 이 두 감정이 교차하는 시간이 바로 은퇴 후의 삶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매일 출장을 다니고, 회의실을 오가며 바쁘게 살던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이 많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비행기 탑승 우대 서비스도 사라지고, 출근 시간에 맞춰 움직이던 리듬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사라짐’ 속에서 저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글을 쓰고,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과거를 돌아보며 책도 출간했습니다.
중요한 건 은퇴 이후 ‘나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직장에서 불리던 직함은 이제 사라졌고, 남은 건 나라는 사람 자체입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일들, 해보고 싶었던 취미, 의미 있는 봉사 활동 등은 바로 지금이 아니면 시작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외로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주변과의 관계가 느슨해지고, 자신이 사회로부터 분리됐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럴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연결해야 합니다. 친구들과 약속을 만들고, 지역 모임에 참여하고, 손주와의 시간도 더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여러분,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의 시작입니다. 삶의 주도권을 다시 손에 쥘 기회입니다. ‘해야 할 일’에서 ‘하고 싶은 일’로 바뀐 이 시간, 여러분은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삶을 기획할 때입니다.
은퇴, 그것은 또 하나의 출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