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닛 높이 상승과 시니어의 책임
요즘 거리에는 SUV 차량이 넘쳐납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팔린 자동차 10대 중 거의 5대는 SUV였습니다. 실제로 약 162만 대의 차량이 팔렸고, 그중 약 80만 대가 SUV였다고 추정됩니다.
SUV는 넓고 편하며, 높은 운전석에서 주변을 잘 볼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차종입니다. 특히 손자나 손녀를 태우고 나들이 나갈 때, 넓은 트렁크와 좌석은 더없이 편리하지요. 하지만 이 편리함 이면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어린이 보행자 안전 문제입니다.
왜 SUV는 더 위험한가요?
SUV는 일반 승용차보다 덩치가 크고, 보닛(엔진 덮개)도 높습니다. 문제는 이 높은 보닛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바로 앞에 있는 어린아이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한 실험에서는 어떤 SUV 운전자가 차량 앞 1미터 안에 서 있는 아이를 아예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보닛이 시야를 완전히 막은 것이지요.
게다가 보닛이 높을수록 사고 시 충격이 아이의 가슴, 복부 같은 주요 장기에 가해지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낮은 차는 아이의 다리를 먼저 치고 차량 위로 튕겨내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우리 손주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보건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는 어른보다 교통사고에서 사망할 확률이 3배나 높습니다. 특히 SUV와 같은 대형 차량과 충돌했을 때 그 위험은 더 커집니다.
이제는 단순히 “운전을 조심해야지”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자동차를 고를 때, ‘안전한 보닛 높이’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보닛 높이가 85cm 이하여야 아이들의 시야 확보와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사회를 이끌어본 세대입니다. 이제는 아이들을 지키는 ‘생활 안전 수호자’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 SUV를 구입하신다면, 보닛 높이와 전방 시야 확보를 꼭 확인하세요.
⊙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골목길에서는 서행은 기본, 정차 후 좌우를 살피는 습관을 들이세요.
⊙ 손주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가 차량 앞에 있는지 항상 다시 한 번 확인하세요.
더 나아가, 차량 안전기준 강화나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시니어 세대가 내어주셔야 합니다.
“내가 탄 SUV가 누군가의 손주에게 위험한 존재가 되지 않도록, 지금 우리가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