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는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스마트폰 음성비서, 온라인 검색 엔진, 번역기,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대화형 AI인 ChatGPT와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도구들은 분명 편리함을 주고, 지식과 정보 접근을 쉽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보도된 소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AI는 과연 우리의 정신적 건강에도 안전한 도구일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AI 유발 정신병“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하며, ChatGPT 같은 인공지능과의 장시간 대화가 일부 사람들에게 정신적 혼란이나 망상적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음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AI와 대화를 이어가다 현실감각을 잃는 사례가 발생했고, 극단적인 경우 자해나 극단적 선택 충동으로까지 이어진 사건도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깊이 성찰해야 할 사안입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위험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부작용은 늘 뒤따랐습니다. 전화기가 처음 보급될 당시에도 “사람들이 대면 소통 능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TV가 대중화되었을 때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와 사고력 저하가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대중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거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 장애 증가와 관련 있다는 연구가 잇따랐듯이, 대화형 AI 역시 특정 상황에서는 정신적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립감, 불면, 정신적 취약성을 가진 사람들은 AI 대화를 현실 대체 수단으로 삼다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시니어 세대가 주목해야 할 이유
시니어 세대에게 이 문제는 단순히 ‘젊은 세대의 위험’으로만 치부할 수 없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외로움, 소통 단절, 정신적 공허감이 이미 중요한 보건 과제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독거노인 고독사가 꾸준히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분명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AI는 언제든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건강 관리나 금융 생활을 보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위험도 존재합니다. 만약 시니어가 밤새 대화형 AI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면이 부족해지고, 불안이나 망상적 사고가 증폭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단순한 ‘기술의 오남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AI가 “사용자의 정신적 위험 신호를 얼마나 잘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가”는 앞으로 고령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입니다.
기업과 사회의 책임
이번에 오픈AI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AI가 정신적 위기 신호를 포착하면 응급 구조망으로 연결하거나 전문가 상담을 권유하는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 걸음 나아간 조치이지만,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역사를 떠올려 봅시다.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증가와 SNS 중독 사이의 연관성이 제기된 지 오래되었지만, 기업들의 대응은 항상 늦었습니다. 규제와 소송이 쏟아진 후에야 비로소 안전 장치가 도입되었고,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AI 역시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기술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정부 역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시니어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응
그렇다면 시니어 세대 개인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 AI를 인간 관계의 대체물로 삼지 말 것
AI는 대화를 흉내 내지만, 진정한 공감이나 감정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인간과의 교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항상 인식해야 합니다.
-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둘 것
밤늦게까지 대화형 AI를 사용하면 수면 부족과 사고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그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 정신적 어려움이 있을 때는 전문가 도움을 받을 것
우울, 불면, 불안 증상이 심해진다면 AI가 아닌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 AI 활용을 ‘보조적 도구’로 인식할 것
AI는 정보를 검색하거나 일정 관리를 돕는 보조적 역할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
AI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더 정교한 기술이 등장할 것입니다. 오픈AI는 곧 GPT-5를 출시하며, 여기에는 수면 부족이나 극단적 발언 같은 위험 신호를 더 잘 인식하는 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술도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태도와 사회적 제도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됩니다.
시니어 세대는 이미 수많은 기술 변화를 몸소 경험했습니다. 라디오, 흑백TV, 인터넷, 스마트폰까지 세상을 바꾼 도구들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적응해 왔습니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정신적 위험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지혜롭게 대응한다면, AI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심한다면, 고립과 혼란을 심화시키는 새로운 위험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AI와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인간적인 소통과 공동체를 더욱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시니어 세대의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