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적 하락이 말해주는 것
최근 발표된 미국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의 수학·읽기 성적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이어져 온 교육 성취 곡선이 무너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국가 교육진단평가(NAEP)에 따르면 12학년 학생들의 약 3분의 1이 기본적인 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읽기 영역에서도 절반 가까이가 기초 이하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적이 낮아졌다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이 소식을 접하며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안타까움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걸어온 길과 후대가 맞이할 미래를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학력 하락의 뿌리 – 팬데믹만의 문제일까?
많은 전문가는 이번 성적 하락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수업, 학교 폐쇄, 사회적 고립과 같은 외부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시험 대상 학생들은 2020년 중학교 2학년이었고, 바이러스 확산의 한가운데서 수년간 원격수업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하지만 성적 하락의 징후는 팬데믹 이전에도 이미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비디오 플랫폼, 소셜미디어의 급격한 확산은 청소년들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학업에 쏟을 시간을 줄였습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학문적 엄격함보다는 상담, 복지, 심리 지원에 무게를 두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기본 학습 능력의 저하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학업 성취’와 ‘정신적·사회적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읽기 능력의 약화 –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세대
이번 결과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읽기 성적의 급격한 하락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든 문제만이 아닙니다. 긴 글을 읽고 핵심을 요약하거나, 정치 연설문이나 신문 기사에서 주제를 뽑아내는 능력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입니다.
시니어 세대는 젊은 시절 교과서와 신문, 책 속에서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청소년들은 짧은 동영상과 간략한 텍스트 위주의 환경에서 자라며 ‘깊이 있는 독해력’을 기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프린스턴대학의 한 역사학자는 이를 “스크린 중심 시대의 필연적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위기입니다. 깊이 있는 읽기 능력은 곧 비판적 사고력, 나아가 민주사회의 건강성을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수학 성적의 추락 – 문제 해결 능력의 약화
수학 성적이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사실 역시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수학은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훈련 과정입니다. 기본 연산조차 해내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것은 사회 전반의 기술·과학적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수학과 과학의 힘이 국가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기반임을 경험했습니다. 반도체, IT 산업, 의학, 금융 등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수학적 사고 없이는 진전이 불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성적 하락은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대가 전해주는 교훈 – 독서와 학습의 생활화
학문적 성취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니어 세대가 전할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독서의 생활화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성장하던 시절, 책은 단순한 지식 습득의 도구를 넘어 삶의 지혜를 담는 통로였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도 독서는 여전히 강력한 무기입니다. 긴 글을 읽고 이해하는 습관은 빠른 디지털 시대에도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게 합니다.
둘째, 학습의 꾸준함입니다. 과거 세대는 암기와 반복 학습을 통해 기본기를 다졌습니다. 이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깊은 이해와 응용 능력을 뒷받침하는 힘이었습니다. 오늘날 교육이 효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다 보니 기본 훈련이 소홀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의 경험은 기본기를 꾸준히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줍니다.
셋째, 공동체의 역할입니다. 교육은 학교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가정,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학생을 키워야 합니다. 부모와 조부모가 손주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행위조차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정책적 제언 – 시니어 세대의 지혜를 연결해야
이번 성적 하락은 정치권과 교육 정책에도 큰 과제를 던집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교육부 차관은 이번 결과를 “계속되는 하락세의 확인”이라며,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시니어 세대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은퇴했지만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시니어들이 멘토로 참여해 청소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수학 문제를 풀어주며, 인생 경험을 나누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지원을 넘어 세대 간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맺음말
청소년들의 학력 하락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팬데믹의 상흔, 사회적 불평등은 모두 교육 성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시니어 세대는 이러한 위기를 단순한 ‘남의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살아온 경험과 지혜를 전하는 것이 후세를 위한 가장 값진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손주들이 깊이 있는 독서와 논리적 사고를 기르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시니어 세대가 다리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