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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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세계 관광 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습니다. 특히 일본과 홍콩 간의 여행 흐름은 양국의 경제 상황, 환율, 그리고 문화적 요인과 맞물리며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홍콩으로 향한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직후 급격히 줄었던 방문객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단순히 관광 회복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인 여행객의 심리와 생활 습관에는 팬데믹 기간 동안 뿌리 깊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해외여행을 적극적으로 즐기던 일본인들이, 코로나19 동안 오랜 기간 국외 이동을 제한당하면서 자연스레 ‘내국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었습니다. 여권 갱신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결과 해외여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생긴 것입니다. 이는 일본 사회 전반에 퍼진 “안전 지향적 성향”과 맞물려 있습니다.

또한 엔화 약세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환율 하락은 해외에서 지출해야 하는 모든 비용을 높여 체감 물가를 끌어올립니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더욱 신중하게 여행지를 고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홍콩이 가지는 상대적 장점이 드러납니다. 유럽이나 미주 지역처럼 장거리 여행지가 아닌 가까운 거리,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체류 비용은 일본 관광객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홍콩 관광청이 “홍콩은 여전히 일본인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홍콩이 일본 관광객을 겨냥해 ‘두 얼굴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는 초현대적 이미지입니다. 고층 빌딩, 화려한 네온사인, 세계적 브랜드가 즐비한 쇼핑몰은 일본의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요소입니다. 일본 사회에서 ‘카와이 문화(kawaii)’가 지닌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홍콩 관광청은 ‘카와이 홍콩(Kawaii Hong Kong)’ 캠페인을 통해 귀여운 이미지를 앞세워 젊은 여성층을 공략했습니다. 일본의 20~30대 여성들이 SNS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성향을 고려할 때, 홍콩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각인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통적이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구도심의 매력입니다. 좁은 골목길, 오래된 이발소 간판, 골동품 가게, 작은 찻집 등은 일본인들에게 마치 과거의 홍콩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무대와도 같습니다. 특히 1980~9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홍콩 영화의 기억은 중장년층 일본인들에게 여전히 생생합니다. “홍콩의 낭만”을 되살리는 전통 골목 풍경은 이들에게 특별한 향수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홍콩은 박람회 부스를 통해 이러한 ‘이중성’을 적극적으로 알렸습니다. 최신식 고층 빌딩과 전통 거리 풍경을 나란히 배치해 방문객들이 두 세계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관광 홍보를 넘어, 일본 사회 내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광 회복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항공사들은 홍콩행 노선을 줄였습니다. 또한 2021년 일본 사회에서 “대지진이 곧 닥칠 것”이라는 소문이 만화책을 통해 확산되며 해외여행 수요를 잠시 위축시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겹치며 해외여행을 더욱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통계는 일본인들이 다시금 홍콩을 찾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중장년층과 시니어 여행객의 증가가 눈에 띕니다. 이들은 단체여행보다는 소규모, 개별 맞춤형 여행을 선호합니다. 패키지 대신 자신만의 속도로 도시를 즐기고, 오래된 골목을 걸으며 추억을 쌓습니다. 홍콩의 전통적인 매력은 바로 이러한 여행자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시니어 독자의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해외여행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은퇴 이후 삶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것은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일본인 시니어들이 홍콩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가까운 거리, 안전성, 그리고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한국 시니어들에게도 시사점을 줍니다.

한국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시니어 세대가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 예컨대 자기 회복력, 사회적 연결망 유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실버 여행’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건강과 복지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결국 일본인 관광객이 다시 홍콩을 찾는 현상은 단순한 관광 수치 회복이 아니라, 팬데믹 이후 아시아 사회가 어떻게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홍콩의 현대적 이미지를 소비하고, 중장년층은 전통적 매력 속에서 추억을 되살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한국 시니어들의 여행 선택에도 참고할 만한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해외여행이 다시 일상이 되어가는 이 시점, 홍콩의 ‘두 얼굴 전략’은 단순히 관광객 유치 경쟁이 아니라 세대별, 국가별로 달라진 여행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