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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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화할 때마다 부모 세대는 늘 비슷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아이가 자라날 세상은 지금과 얼마나 다를까?”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생활 곳곳으로 스며드는 오늘날, 그 질문은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챗GPT 같은 도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고, 심지어 초등학생도 AI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고, 문제집 답을 확인하며, 숙제를 대신하게 하는 일도 더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최근 한 AI 개발자의 실제 경험담은 이 시대를 사는 부모·조부모 세대에게 중요한 통찰을 던져줍니다. 인캔터 AI 설립자이자 액센츄어 어드밴스드 AI 센터의 CTO인 술라이만 이타니는 네 살 난 아들 오미의 질문으로부터 깊은 고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초현실적 AI 아바타를 ‘새로운 직장 동료’로 착각한 순간, 그는 비로소 AI가 아이 세대의 삶 속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는지 실감했다고 합니다.

기술 개발자도 두려워하는 이유

IT 산업의 중심에서 AI를 개발하고 있는 전문가조차도, 아이가 자라갈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최근 조사에서도 부모의 61%가 AI 사용 증가가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 우려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공포’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고, 문제를 헤쳐 나가는 과정이 AI 때문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특히 시니어 세대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를 거쳐 오늘의 초지능 시대까지 도달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한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온 만큼, 지금의 아이들에게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지를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이 아니라 ‘묻는 능력’을 가르쳐야 할 때

개발자인 이타니는 장차 아들이 AI를 사용하도록 허용하겠다고 하면서도, 반드시 지켜줘야 할 원칙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첫째, AI는 항상 옳지 않다는 사실을 가르칠 것.
둘째, AI가 주는 정보를 반드시 팩트체크하도록 가르칠 것.

인간은 ‘틀릴 수 있는 존재’이며, 동시에 AI도 ‘틀릴 수 있는 기계’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왜 그렇지?” “다른 자료는 뭐라고 하지?”라고 질문하는 힘을 갖도록 돕는 것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가진 영역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삶의 경험을 통해 “정답이 하나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답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사고, 판단,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전해줄 수 있습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 여전히 존재합니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윤리적 판단, 관계 맺기, 상상력, 상황을 헤쳐 나가는 창의적 유연성입니다.

이타니는 집에서 아들과 즉흥 연기를 하며 상상력을 키워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합니다.

“아이가 바다악어와 싸울 때 어떤 전략을 쓸까, 용암 벽으로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이런 상상 놀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불확실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자, AI 시대에 인간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입니다.

시니어 세대 역시 손자·손녀와의 놀이 속에서 이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주고, 전래동화를 들려주고, 함께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가족 역사나 살아온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창의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AI의 기능은 편리하지만, 인간 고유의 상상력은 ‘경험을 기반으로 축적된 감정과 해석’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AI 윤리는 결국 가족의 문제입니다

AI 개발자들은 늘 윤리에 대해 고민합니다. 어떤 기능을 허용할 것인지, 어디까지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지, 개인 정보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끝없는 질문들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사실, 가족 안에서 이미 경험한 것들입니다.

아이와의 규칙 만들기, 스마트폰 사용 시간 조정, 게임 시간 제한, 잠잘 시간 정하기 등…

정답은 늘 없지만, 서로가 납득하는 지점을 찾기 위해 대화하고 타협하며 규칙을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AI 시대도 같습니다.

가정 안에서 어떤 기준을 세울지, 아이에게 어떤 태도로 기술을 접하게 할지, 부모와 조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시니어 세대는 AI 규제와 윤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AI 기업들이 아동 보호 기능을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개인 데이터를 통제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미래 세대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남겨줄 미래: ‘두 가지 종류의 모든 것’

이타니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미래에는 두 종류의 모든 것이 존재할 것이라고.

하나는 AI에 의해 자동으로 만들어진 것,

다른 하나는 사람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것.

시니어 세대가 아이들에게 전해야 할 가치는 바로 후자입니다.

시간, 정성, 경험, 진심이 담긴 창작물과 노동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 만든 예술과 이야기, 가족의 역사, 손으로 만든 물건들이 왜 가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동시에 아이들이 AI를 도구로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지금의 시니어 세대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AI 시대, 어른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사고력, 판단력, 윤리, 상상력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AI가 아니라 어른이 가르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시니어 세대는 긴 인생을 통해 축적된 지혜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 지혜는 미래 세대가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나침반이 되어야 합니다.

AI는 아이들의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그러나 그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결정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