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防災パック(ぼうさいぱっく, 보우사이팟쿠; 방재 팩; 생존 키트; Preparing for Survival)
후지산 정상의 눈 덮인 화산재 위에 서 있으면, 이 산이 거대한 화산 원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 큰 원뿔에서 불타는 화산재와 붉게 달아오른 용암이 분출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후지산은 1707년에 마지막 분화를 했습니다.
1983년, 일본에서는 장엄한 후지산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고, 60년 전 도쿄와 요코하마 대부분을 파괴한 관동 대지진(1923년 9월 1일)의 기념일에 대지진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돌았습니다. 그 해, 국가와 지방 정부는 긴급 대피 및 생존 훈련을 실시하고, 재난 발생 시 대비해 식량과 물을 비축하라는 수십만 장의 전단을 배포했습니다. 많은 기업들도 직원들을 위해 비상 키트를 비축했습니다. 이 같은 소문과 정부의 조치들은 통조림, 생수, 손전등, 의약품, 가위, 깡통 따개, 밧줄 사다리, 연료용 숯 등의 사재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후지산은 폭발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1983년 도쿄에서는 107명의 사망자를 낳은 큰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야케 섬, 11월에는 시라네산에서도 지진이 일어났으나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건축가와 기술자들은 신축 건물과 고가도로가 사실상 지진에 안전하다고 국민들에게 확신을 주었고, 사람들은 다시 안일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비상 물자를 더 이상 구입하지 않았고, 이미 구입한 이들도 세월이 흐르며 다 사용하거나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측된 시점보다 12년이 지난 1995년 1월 17일, 대지진(地震, 지신,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 중 하나인 고베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고, 인근의 아시야와 니시노미야—일본의 ‘베벌리힐즈’로 불리는 고급 주택지—에도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 고베 대지진으로 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40,00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되었으며, 도시의 주요 고속도로가 붕괴되었고, 3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정부와 건설 당국은 국민을 ‘오도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치명적인 재앙은 일본 사회에 긍정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일본인들은 국가적 부와 경제적 초강대국이라는 지위가 결코 자연의 힘 앞에서 면역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결과 ‘防災パック(ぼうさいぱっく, 보우사이팟쿠; 방재 팩: Preparing for Survival)’, 즉 ‘생존 키트’라는 용어가 다시금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약 4,000회의 지진이 리히터 규모에 포착되지만, 대부분은 너무 미약해 일반인이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몇 년마다 큰 피해를 줄 만한 지진이 발생하며, 1923년 도쿄 대지진은 언젠가 반드시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장 유력합니다.
《내가 본 미래―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코믹스(私が見た未来―ほんとにあった怖い話コミックス)》는 1999년 7월에 朝日ソノラマ(아사이소노라마, 2007년 영업 정지)에서 발간된 일본 만화이다. 저자는 만화가인 타츠키 료(たつき諒)로, 본인의 꿈에 얽힌 이야기 만화로 짧게 풀어내는 내용입니다. 2025년에도 완전판에서 2025년 7월 대재앙을 경고해 논란이 생겼습니다.
내용은 “1998년 인도 여행 중 낮잠을 자다 일본 남쪽 해역이 마치 수프처럼 부글거리는 장면이 보였고, 이후 완전판 출간을 3개월 앞둔 2025년 7월 5일 경에 일본과 필리핀 사이 지점에서 분화가 일어나 2011년의 3배가 넘는 해일이 홍콩, 대만, 필리핀이 땅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일대를 덮치며, 진원지 방향으로 두 마리의 용 같은 게 향하는 꿈을 꿨다며, 동시에 이 때가 2025년 7월 5일이고, 이로 인해 아주 비극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황폐한 대지 위로 총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이 보였지만, 이후 전 세계적인 격변이 일어나며 살아남았다는 것에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긍정적으로 밝은 사람들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른 불안심리가 증폭되면서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재난 훈련 참여율이 예년 대비 40% 이상 늘어나고, 비상키트, 응급 생존키트 등 재난용품 시장 역시 2025년 들어 5%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도쿄와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최소 2주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보우사이 팟쿠’를 준비할 것을 권고합니다. 여행자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보우사이 팟쿠도 있으며, 짐을 싫어하는 여행객이라도 파괴적인 지진이나 화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본인의 속마음도 알 수 없지만, 일본 땅의 속사정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보우사이 팟쿠’라는 용어는 반드시 기억해 둘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