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28일
9-27-1800

– 気を許す(きをゆるす, 키오 유루스, 긴장을 풀다)

에도시대(1603~1868) 일본의 마지막 막부 권력이 절정이던 시기, 도쿠가와 쇼군들이 지방 다이묘들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한 전략 중 하나는 닌자(忍者)를 고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닌자는 첩자·암살자·파괴공작자로 활동했으며, 현대에 존재한다면 이언 플레밍의 가상 인물 제임스 본드조차도 초라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닌자는 국가가 훈련한 비밀 요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산악 지역에 거주하는 작은 독립 가문 출신으로, 가업으로 닌주츠(忍術, 은밀히 침투하는 기술)를 계승했습니다. 이들은 막부 세력뿐 아니라 반(反)막부 세력에게도 용병처럼 고용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시작한 닌자는 성인이 되면 변장, 무기와 독 사용에 능통했고, 달리기·도약 등 비범한 기술을 익혔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일반인들에게 ‘마술’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숙명 때문에 붙잡힌 닌자는 언제나 극도로 잔혹한 처형을 당했습니다. 따라서 닌자는 포획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불가능할 경우 자결까지 선택했습니다.

닌자를 색출하는 방법 중 하나는 특정 상황에서 초인적 동작이 필요한 순간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높은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거나 즉각 몸을 날려 피한다면 곧 닌자로 판명되었습니다.

일반 일본인들이 닌자처럼 극도의 경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지만, 무사 중심의 봉건 사회(1185~1868)에서 요구되던 전통적 예법은 그것에 버금갔습니다. 사소한 표정, 규정되지 않은 몸짓, 부적절한 단어나 어투조차도 지위 상실·추방·사형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엄격한 생활 규범은 장기간의 학습과 막대한 정신적·체력적 에너지를 필요로 했습니다. 일본인이 ‘気を許す(きをゆるす, 경계를 늦추다 / 마음의 긴장을 풀다)’ 즉, 예법을 잊고 편히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음주 자리뿐이었습니다.

이 체계는 1945년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일본 사회에 깊이 스며 있으며, 성인의 행동양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압력은 일본인을 사회적·비즈니스적 교류에서조차 본모습을 드러내기 어렵게 만들며, 지속적인 스트레스 속에 살게 합니다.

외국인과의 관계에서도 이 문화적 성향은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격식을 덜 갖춘 사적인 상황에서는 일본인의 세련되고 예의 바른 태도가 호감을 주지만, 정치·비즈니스 맥락에서는 과도한 경직성이 양측 모두에게 장애가 됩니다.

또한 일본인이 해외에 나가 ‘일본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벗어나면, 마치 새장이 열리는 것처럼 자유를 느낍니다. 외국인들과 2~3년만 지내도 일본적 성향이 상당 부분 사라지며, 귀국 후에는 더욱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와 충돌하여 ‘부적응자’로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