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12-09-1800

– 小田原評定(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 장시간 계속되지만 아무 결정도 못 내리는 회의, A Delaying Tactic)

‘小田原評定(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는 “언제까지나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의논”을 비유하는 일본의 고사성어로, 1590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소위 ‘오다와라 정벌’ 당시 호조(北条) 가문의 내부 회의에서 유래했습니다.

1590년, 전국을 통일해 가고 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반대 세력인 호조 우지나오(北条)가 있던 오다와라성을 공격하기 위해 대군을 보냈습니다. 이때 호조는 장수와 참모들을 불러 전쟁을 할지 항복을 협상할지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회의는 날마다 계속되었고, 논쟁이 이어지는 사이 전황을 바꿀 기회를 놓쳐 버렸습니다. 결국 도요토미의 군대는 손쉽게 오다와라성을 함락했습니다.

결국 실질적인 결단 없이 시간이 흐른 끝에 호조가는 항복·멸망으로 이어졌고, “결론을 못 내리다가 집안을 망친 회의”라는 역사적 일화가 “小田原評定”이라는 말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일본 정치가·학자·과학자·기업인들 사이에서 주요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만 끝없이 이어지는 상태’를 ‘오다와라 회의(小田原評定, 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대부분 회의에는 이러한 오다와라식 현상이 어느 정도 존재합니다. 일본에서는 어떠한 행동을 취하기 전에 반드시 합의를 이루어야 하고, 이 합의를 형성하는 과정이 매우 오래 걸립니다. 따라서 일본은 국내외 문제에서 결정을 원치 않을 때 또는 행동을 미루고 싶을 때 일부러 ‘오다와라 회의식 지연전술’을 사용하는 일이 흔합니다.

오다와라식 지연으로 인해 멈춰 있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에게 ‘움직이지 않을 경우 실질적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명확한 압력을 가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압력이 가해질 때만 일본 측의 고집을 꺾을 수 있습니다.

일본 내부에서는 “小田原評定”이 일본식 의사결정의 단점(느리고 합의 위주지만 결단이 늦어지는 면)을 풍자할 때 자주 언급됩니다. 합의·조정 문화로 일본 기업과 관청은 ‘린기(稟議) 제도’ 등 다수의 합의와 상하·횡 방향 결재를 거쳐 결정하는 문화가 강한데, 이를 긍정적으로 볼 때는 “치밀하고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 부정적으로는 “결론이 너무 늦다, 혁신이 지연된다”는 단점으로 평가됩니다.

저의 경험으로도 스타트업의 COO로 일을 추진할 때, 일본에서 상당한 영향력있는 회사와의 한국내 사업 추진을 위해 합자회사를 만들고 업무를 추진할 때였습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일본 회사와의 협상은 저의 우유부단과 무능함으로 오해를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를 해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후에야 ‘오다와라 회의(小田原評定, 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피로도를 한국인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나쁜 예’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경영·행정 논의에서, 불필요하게 길기만 하고 아무 결론을 못 내는 회의를 비판하며 “이건 완전히 小田原評定(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다”라고 말하는 식으로, 비효율·책임 회피·결단력 부족을 상징하는 역사적 키워드처럼 쓰입니다.

기업내의 회의에서도 부서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참석자 숫자만 많으며, 누구도 결정을 책임지려 하지 않아 회의만 반복될 때 “사내 회의가 小田原評定((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 상태다”라는 표현이 쓰입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 구조조정, 신규 사업 같은 “결단을 요하는 안건”에서 의사결정이 미루어질 때 자주 인용됩니다.

오늘날 일본 사회에 주는 시사점으로 小田原評定(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는 단지 “역사적 해프닝”이 아니라, 오늘날 일본이 직면한 저성장·인구감소·디지털 전환 등 구조적 과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자기반성의 은유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변화 속도와 의사결정: 급속한 환경 변화 속에서, 과거처럼 장기적 합의를 중시하는 방식만으로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낼 때 “小田原評定((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는 이제 사라져야 할 회의 방식”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오다와라 회의’는 단순한 늑장이나 의사결정 지연이 아니라,일본의 깊이 뿌리내린 합의 중심 문화, 권위 회피, 불협화음 기피, 책임 분산 구조가 결합하여 나타나는 전략적 지연 전술입니다.

합의(consensus) 없이는 결정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일본 조직문화에서는 반대자가 있는 상태로 결정을 내리는 것을 극도로 피합니다. 그 결과, 회의는 쉽게 ‘시간을 끄는 자리’로 전환됩니다.

책임 회피적 구조입니다. 결정 자체를 늦추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호해지고, 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질적 압력 없이는 변화 불가피합니다. 일본 조직에서 변화는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손해 회피를 분명히 제시하는 외부 압력’이 있을 때만 실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컨설팅을 받은 외부의 의지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우리나라 조직에도 이러한 병폐가 나타납니다.

국제 관계에서도 나타나는 패턴으로 일본 외교에서도 결정을 최대한 미루며 장기 교섭으로 상대를 소진시키는 전략이 자주 언급됩니다.

정리하면, 小田原評定((おだわら ひょうじょう, 오다와라 효조)는 오다와라 정벌 시 호조가 내부 회의에서 결단을 미루다 멸망한 사건에 뿌리를 둔 표현으로, 오늘날에는 일본 사회·기업이 스스로의 “느리고 우유부단한 의사결정”을 비판하거나 성찰할 때 자주 소환되는 키워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런 회의를 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면, “혹시 일본인의 피가 흐르는지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는 한국인 동료도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