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 Moving Down a Step)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은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간다(Moving Down a Step)’는 뜻을 지닌 개념입니다. 일본은 서기 400년에서 800년 사이 중국으로부터 여러 문화적 요소를 받아들였는데, 그중에는 귀족과 지방 영주들의 서열을 구분하기 위해 서로 다른 관모와 머리 모양을 사용하는 관습, 그리고 공식 행사에서 좌석 배치를 통해 신분과 지위를 구분하는 서열 체계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의 좌석 배치 체계에서는 황제가 긴 계단이 이어진 피라미드형 구조의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하였고, 왕자와 대신, 장군 등은 그 계단을 따라 지위 순서대로 자리를 배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이러한 피라미드형 구조가 자신들의 건축 양식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그 구조 자체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회의가 건물 내부에서 열릴 경우, 일본의 천황이나 쇼군, 또는 그에 준하는 지위의 인물은 방이나 홀의 맨 앞에 마련된 단 위에 앉았는데, 이 단의 높이는 대체로 20인치(약 5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낮은 구조였습니다. 다른 참석자들은 그 단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 바닥에 두 줄로 앉았으며,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단에 가까운 자리에, 지위가 낮은 사람일수록 더 먼 자리에 배치되었습니다.
이러한 좌석 배치 방식은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이라고 불렸습니다.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은 본래 중국적 맥락에서는 ‘뒤따르는 순서’ 또는 ‘차순’ 정도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어떤 개인이 지위를 잃게 되면 그의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도 바뀌었는데, 이는 곧 계단 아래쪽, 즉 더 낮은 자리로 이동하여 권력자들로부터 더 멀어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일본에서는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이 ‘좌석 서열을 낮추는 것’으로 번역되었고, 이는 곧 지위의 강등이나, 공식적인 계급 변화 없이도 덜 바람직한 장소로 이동되는 상황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용어가 황실과 씨족 관료들에게만 적용되었으나, 1185년 막부 체제가 시작된 이후에는 사무라이 계층에도 적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봉건 시대에 먼 섬으로 유배 보내던 것의 현대적 등가물”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이라는 개념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아남아, 오늘날에는 기업 사회에서 강등이나 전보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본 기업들은 직원의 직급이나 등급을 노골적으로 강등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해당 인물에게 부하 직원이나 보좌 인력이 전혀 없는 직무를 맡기거나,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자리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좌석 서열을 낮춥니다’. 혹은 본사에서 지역 지점이나 지방 사무소로 전보를 내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 조치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이루어질 경우, 그 의미는 매우 분명합니다. 해당 직원은 더 이상 승진의 궤도 위에 있지 않으며, 권력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로 옮겨졌다는 신호입니다. 이는 봉건 시대 일본에서 사람들이 흔히 먼 외딴 섬으로 유배되던 것과 현대적으로 대응되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이라는 방식은 실수를 저질렀거나, 고위 관리자나 임원들의 심기를 거스른 인물을 조직에서 배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며, 때로는 일본에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외국 기업이나 외국 기관과의 거래 과정에서 회사가 ‘중대한 실수’로 간주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사센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부서장이나 과장급 관리자가 업무 관계에서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개입하거나, 일본 문화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개인주의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을 경우, 혹은 거래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 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사센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의 대상이 된 일본인 담당자와 거래 관계에 있던 외국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그 외국인이 강등된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다고 여겨질 경우, 해당 기업과의 관계가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일본 기업과 처음 거래를 시작하는 외국인 사업가들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들이 주요 연락 창구로 삼은 인물이 이미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을 당해 의미 없는 자리로 밀려난 사람일 가능성도 있으며, 이러한 인물이 외부인을 차단하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로 활용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체로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당 인물에게 실제로 부하 직원이 있는지, 책상이 조직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떨어진 외곽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일본 기업과의 모든 관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해당 기업 내에 여러 명의 접촉 창구를 확보하며, 진행 중인 협상과 비즈니스 관계의 현황을 모든 관련자들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본 공장에 특별 임무로 단신 출장을 한 달 정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초반에 업무협조가 극히 부진했었습니다. 제가 ‘左遷 (させん, 샤센, 좌천)’으로 밀려나서 출장 온 것으로 착각한 일본 직원들의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파견 직원의 얘기가 귀에 쏙 들어왔었습니다.
그리고 ‘우천 (右遷)’이 아니라 ‘左遷 (좌천)’인 이유는 ‘왼쪽이 낮은 것이 아니라, 중심에서 벗어난다는 뜻’으로 특별히 ‘좌-낮음’, ‘우-높음’의 의미는 없다는 것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