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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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속도를 따라잡을 방법은 없다

요즘 모기가 예년만큼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기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때이른 폭염과 짧아진 장마의 영향으로 모기가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모기가 알을 낳을 수 있는 물웅덩이가 마르거나,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오히려 모기가 잠시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모기의 생존 환경이 극도로 나빠졌을 뿐, 어딘가 새로운 서식처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기가 사라진 것 같더라도 비가 온 후에는 다시 모기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모기가 다시 출몰하면 일본뇌염 등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에 대한 경계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늘 반복적이었던 자연 현상의 규칙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국경을 가볍게 넘어서, 한때 열대 지방의 문제라 여겨지던 질병들이 이제는 유럽의 휴양지와 아시아의 대도시를 흔들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먼 남미의 이야기로 들리던 오로푸체(Oropouche) 바이러스가 이제는 국제선 항공편의 노선과 함께 움직이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는 치쿤구니야(Chikungunya)가 본격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의 흔적이 모기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전염병 지도는 이제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지도가 되었습니다. 기후가 변하고,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모기와 같은 매개 곤충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겨울이 추워 모기가 살아남을 수 없던 지역에서조차 이제는 서식이 가능해졌습니다. 바이러스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기후가 바이러스를 실은 곤충들의 손발을 넓혀 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 변화는 특히 시니어 세대에게 묵직한 경고음으로 다가옵니다.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기저 질환을 안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발열이나 통증도 젊은 세대보다 훨씬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우리의 의료 시스템이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적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취약 계층에게 돌아갑니다.

중국 광둥성 포산에서는 이미 7천 명이 넘는 치쿤구니야 환자가 발생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25만 명의 확진과 90명의 사망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숫자만 보아도 이미 세계적 규모의 감염병이라 부를 만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보다 더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발생지의 변화’입니다. 우리가 여행지로 자주 찾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해변에서 모기가 전파한 감염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은, 질병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영국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가 모기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아직 인체 감염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과거라면 영국의 겨울은 모기가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들었지만, 온난화는 계절의 방패를 무너뜨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영국뿐 아니라 북유럽에서도 모기 매개 질병이 자리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남미에서 퍼지는 오로푸체 바이러스(Oropouche)는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줍니다. 원래는 아마존 인근의 외딴 마을에서만 발견되던 이 바이러스가 이제는 브라질과 볼리비아, 페루, 쿠바, 도미니카공화국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엘니뇨로 인한 기후 변동, 급격한 도시화, 그리고 활발해진 국제 여행이 전파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도시 한가운데서도 물웅덩이나 하수구는 모기의 번식지가 됩니다. 한때 ‘열대의 작은 질병’이라 불리던 오로푸체는 이제 ‘도시의 새로운 손님’이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기후 변화는 왜 우리에게 질병이라는 얼굴로 다가오는 것일까요?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인간이 만든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는 곤충의 활동 조건을 바꾸었고, 자연스레 바이러스의 무대도 확장되었습니다. 그 무대 위에서 인간은 더 이상 관객이 아니라, 감염 위험에 노출된 배우로 서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날씨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시대를 지나, “건강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내가 사는 지역에는 없던 질병’이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의 대응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선, ‘정보’를 가까이 두셔야 합니다. 지역 보건 당국과 국제 보건 기구의 발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기사로 스쳐 듣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예방 수칙을 생활에 반영해야 합니다.

둘째, 작은 실천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여름철 모기장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필수적인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긴 소매 옷을 챙기고, 외출 시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습관은 나 자신뿐 아니라 가족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셋째, 여행은 신중히 선택하셔야 합니다. 은퇴 후 해외여행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여행지를 고를 때 단순히 경치와 비용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감염병 현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여행을 연기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돌아온 뒤에는 작은 증상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마시고, 의료진과 상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기후 변화와 감염병 확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관심과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공공 보건은 정부와 전문가의 몫이지만, 시민들의 참여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예방 캠페인에 참여하고,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 지지를 보내는 것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행동입니다.

기후 변화는 추상적인 과학 보고서의 주제가 아니라, 곧 우리의 건강 문제로 다가왔습니다.그러나 두려움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혜롭게 경각심을 유지하면서도,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쌓아 올려야 합니다.

바이러스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속도를 따라잡을 방법은 없습니다. 기후 변화 시대의 건강은 개인의 생활 습관과 사회적 대응이 맞물릴 때만 지켜질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 흐름 속에서 한 걸음 더 지혜롭게 움직이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