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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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탈모 급여화 공론화가 토론회 닷새 앞두고 백지화됐습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다시 묻습니다

정부가 청년층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며 국민 공론화에 나섰다가, 그 첫 관문인 토론회를 개최 닷새 앞두고 거두어들였습니다. 보건복지부는 6월 29일, 7월 4일로 예정됐던 모두의 토론회의 첫 의제였던 탈모 치료제 급여화 토론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제기된 만큼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토론에 부치기도 전에 정책이 먼저 흔들린 모양새여서, 시작은 요란했고 마무리는 황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닷새 앞두고 멈춰선 토론회

경위를 짚어 보겠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6월 1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중점 과제의 하나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확대를 제시했고, 적용 방식과 소요 재정에 대한 실무 검토를 이미 마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한 구상을 넘어 상당히 진척된 사안이었던 셈입니다. 탈모 급여화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재검토가 지시되며 추진돼 온 정책이기도 합니다. 취업을 앞둔 청년이 탈모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그 고민 자체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절차와 무게중심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에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한정된 보험 재정을 어떤 순서로 써야 하는가라는 근본 물음에 정부가 먼저 분명한 기준을 세웠어야 했습니다. 그 기준 없이 발표가 앞서고 반대에 부딪혀 거두는 과정이 가벼워 보이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던진 같은 물음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반대는 분명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6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탈모의 고통에는 공감하지만, 건강보험은 선심성 복지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필수의료 현장의 인력 부족과 경영 악화로 제때 진료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순위 검토와 재정 영향 평가 없이 탈모 급여화를 논의하는 것은 재정 운용의 방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우려였습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6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은 보험료를 낸 사람에게 똑같이 돌려주는 환급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급여화 여부는 의학적 필요성과 임상적 유용성, 비용 대비 효과, 환자의 경제적 부담, 재정 영향, 그리고 아직 충족되지 못한 다른 의료 수요와의 우선순위를 함께 따져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고액 의료비 부담이 큰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이 2021년 84퍼센트에서 2024년 81퍼센트로, 암질환 보장률이 같은 기간 80.2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낮아졌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앞서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역시 6월 16일 성명에서,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제의 급여화는 재정을 이유로 미루면서 생명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재정을 먼저 넣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흔들림의 뿌리, 재정과 원칙

이 논쟁의 밑바탕에는 건강보험 재정의 구조가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정해진 재원으로 운영되므로, 한쪽 보장을 늘리면 다른 쪽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 약 4천633억 원 흑자에서 올해 약 3천72억 원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며, 2028년에는 적자가 1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전망치이며, 동아일보 등 보도에 따른 것입니다). 유전성 탈모, 곧 안드로겐성 탈모(androgenetic alopecia)까지 적용을 넓히면 본인부담률 설정에 따라 연간 최소 1천억 원에서 최대 1천600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현재 탈모 전문의약품의 연간 진료비가 약 389억 원인 점과 견주면 결코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추산치이며, 주간경향 등 보도에 따른 것입니다). 현재 건강보험의 도움을 받는 탈모 환자가 약 25만 명, 일반적 탈모로 고민하는 인구까지 더하면 1천만 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어, 그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가 곧 재정 부담의 크기를 좌우합니다.

결국 흔들림의 뿌리는 분명합니다. 정책의 출발점이 재정 형편과 의학적 우선순위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약속에 가까웠다는 데 있습니다. 인기 있는 공약이 재정의 한계와 현장의 반대에 부딪히자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원칙이 먼저 서 있었다면, 토론회를 열고 닫는 일이 이토록 급하게 오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선 순위의 결정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이 사안은 언뜻 20세에서 30대 청년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시니어 세대의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먼저 쓰느냐는 물음은, 곧 암과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의 보장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느냐는 물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큰 병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보장성의 방향은 시니어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노화로 인한 탈모 역시 지금은 비급여 영역에 있어, 이번 논의의 향방에 따라 향후 부담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이른바 지원과 요구(Fördern und Fordern)의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는 개인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필수 영역을 책임 있게 지원하되, 선택적 영역은 개인이 일정 부분 책임지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지속 가능한 복지의 길입니다. 청년의 유전성 탈모를 돕고자 한다면, 환자단체의 제안처럼 건강보험 재정이 아니라 별도의 국고로 추진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 순리에 맞습니다.

무엇이 먼저인가, 정부가 답할 차례입니다

복지는 따뜻해야 하지만, 그 따뜻함이 오래가려면 재정의 질서와 명확한 원칙 위에 서 있어야 합니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는 것은 화려한 발표가 아니라 일관된 판단과 투명한 절차에서 비롯됩니다. 무엇을 먼저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차분히 설득하는 일이야말로 보건복지 당국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책무입니다. 정책을 내놓고 거두기를 되풀이하는 사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것은, 큰 병 앞에서 국가의 보장에 기대야 하는 시니어와 우리 모두의 안심이기 때문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