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사라진 영국의 새 7,300만 마리, 그리고 자연에 다시 귀 기울이는 시니어의 몫
사라진 아침의 소란
이른 아침 창을 열면 참새가 쉴 새 없이 재잘거리고 처마 밑 제비가 지저귀던 풍경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소란스럽던 아침은 도시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이미 아득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온 동네를 뒤덮던 새벽 합창(dawn chorus)이 눈에 띄게 잦아들고 있습니다.
영국조류학신탁(British Trust for Ornithology)의 집계를 보면, 영국은 지난 50년 사이 7,300만 마리에 이르는 야생 새를 잃었습니다. 집참새의 재잘거림도, 찌르레기의 수다스러운 지저귐도, 정원을 채우던 검은지빠귀의 청아한 소리도 이제는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잉글랜드의 집참새 번식 개체수는 1970년대 후반 이후 70퍼센트가량 줄었고, 찌르레기 역시 지난 반세기 동안 2천만 마리가량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가 잃은 것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
전문가들이 특히 경계하는 것은, 정작 상실의 크기를 우리가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개체수를 연구해 온 롭 로빈슨 박사는 이 현상을 기준선 이동(shifting baseline)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자연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지금 눈앞의 새가 원래 그만큼이라고 여기지만, 반세기 전 세대는 훨씬 풍요로운 자연을 누렸다는 것입니다. 자연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은 각 세대가 이미 훼손된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 이 착시야말로 조용하지만 치명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새들이 사라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겹쳐 있습니다. 주택과 상업 건물이 들어서며 깃들 곳이 줄었고, 농업이 대규모로 산업화되면서 단일 작물 재배와 살충제, 오염, 기후 변화가 더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질병까지 가세했습니다. 2020년 런던에서 처음 확인된 모기 매개 우수투 바이러스(Usutu virus)는 그레이터런던 지역 검은지빠귀 개체수를 약 40퍼센트 줄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그 배경에도 기후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귀 기울이기 시작한 사람들
그럼에도 현장의 전문가들은 희망의 실마리를 놓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자연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이들은 새소리를 알려 주는 스마트폰 앱 멀린(Merlin)의 인기를 꼽습니다. 미국 코넬 조류학연구소가 개발한 이 무료 앱은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어떤 새가 우는지를 실시간으로 찾아 줍니다. 한국의 새도 인식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동네 공원이나 집 근처 산책길에서 바로 써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니어의 역할이 빛을 발합니다. 반세기 전의 풍요로운 새벽 소리를 몸으로 기억하는 세대가 다름 아닌 지금의 시니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새가 얼마나 많았는지, 예전 우리 동네가 얼마나 생기 넘쳤는지를 기억하는 일은 그 자체로 귀한 자산입니다. 여기에 시간의 여유와 꾸준함까지 더해질 때, 시니어는 자연을 지켜보는 든든한 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억하는 사람이 지켜냅니다
새소리가 줄었다는 소식을 무겁게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소식은 우리 곁의 자연에 다시 귀를 기울여 볼 좋은 계기입니다. 젊은 세대가 지금의 조용한 아침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예전 우리 동네가 얼마나 소란스럽고 생기 넘쳤는지를 자녀와 손주에게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 세대가 무심코 흘려보낸 것을 다음 세대가 되찾으려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 기억을 간직한 시니어가 자연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 일에 손을 보탤 때, 사라진 새벽의 합창은 다시 돌아올 실마리를 얻습니다. 무엇보다 자연과 다음 세대를 잇는 다리가 되어 주는 그 일은, 우리 시니어에게 더없이 보람찬 노릇이 될 것입니다.
새소리 식별 무료 앱: 멀린(Merlin), 미국 코넬 조류학연구소 제공
출처 및 참고: 이 칼럼은 더 가디언(The Guardian)의 2026년 보도와 영국조류학신탁·왕립조류보호협회·코넬 조류학연구소 등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별도의 사실 확인을 거쳐 새로 정리한 것입니다. 개체수 통계는 영국조류학신탁의 조사 결과를 따랐으며, 일부 수치는 추정치임을 밝혀 둡니다. 인용된 발언은 모두 원문의 취지를 살려 간접 인용으로 옮겼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