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지난 7월 25일과 26일 자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주말판은 인도 뉴델리발로 대규모 청년 시위 소식을 전했습니다. 발단은 의과대학 학부 입학시험의 시험지 유출이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 약 200만 명이 응시한 이 시험은 유출 사고로 인해 6월에 다시 치러졌습니다. 시험 하나가 무효가 되면서 200만 개의 인생 계획이 함께 흔들린 셈입니다.
시위를 상징하게 된 59세의 운동가 소남 왕축(Sonam Wangchuk)은 26일에 걸친 단식 끝에 체중이 20파운드(약 9킬로그램) 줄었고, 예정된 행진을 이끌기 직전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당국이 행진을 금지했음에도 수천 명이 모였고 일부는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시위 측은 수십 명이 다쳤다고 밝혔고, 경찰은 경찰관과 준군사조직 대원 약 120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병상을 찾아가 고발 자제와 의회 논의를 약속했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시험 부정 사건을 다룰 신속재판소 설치를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는 주무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왜 부정이 싹트고 통용되는가
이 대목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분노의 구조입니다. 같은 보도는 인도에서 보수가 좋은 민간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경쟁 시험이 수백만 청년에게 대학 진학과 공직 진입으로 가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일부 가정은 시험지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수천 달러(환율 적용 시 수백만 원 상당)를 지불하며, 이것이 부정행위 조직에게 수익성 높은 사업이 되었다고 전합니다.
부정은 도덕이 무너져서 생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통로가 하나뿐일 때 생깁니다. 사다리가 열 개면 하나에 흠집이 나도 사회가 견딥니다. 사다리가 하나뿐이면 그 하나에 사회 전체의 욕망이 몰리고, 그 지점에 반드시 시장이 형성됩니다. 부정을 파는 시장입니다. 즉 시험 부정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며, 진짜 원인은 시험 말고는 인생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사회 구조에 있습니다.
승복은 감정이 아니라 절차의 문제입니다
한 정책 연구자는 정부가 초기에 책임 있는 인사를 보내 대화하지 않은 탓에 이제는 사퇴 요구를 수용해도 약점으로, 거부해도 경시로 비치는 곤경에 처했으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요구의 대상은 장관에서 그 위로 옮겨간다고 분석했습니다. 저는 이 진단이 인도만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과정과 결과는 극도로 투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투명성의 마지막 단추는 승복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두고 승복 여부가 오래 논쟁이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승복이란 결과가 마음에 들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절차가 공개되어 있고 검증 가능하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절차가 불투명하면 승복을 요구할 자격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여기에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규칙을 지키고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쪽은 언제나 힘을 가진 쪽이어야 합니다. 그다음에 결과에 승복할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갑니다. 이 순서가 뒤집히면, 즉 절차는 감추면서 승복만 요구하면 그 사회는 반드시 광장에서 답을 찾으려 합니다.
시니어 세대가 지켜야 할 것
우리 시니어 세대는 한 장의 시험지로 인생이 갈리던 시절을 통과해 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시험의 공정에 대한 감각이 누구보다 예민합니다. 동시에 그 시절의 질서가 무엇으로 유지되었는지도 기억합니다. 채점의 정확성이 아니라, 규칙을 만든 쪽이 먼저 규칙을 지킨다는 최소한의 믿음이었습니다.
저는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만, 보수란 기득권을 지키는 태도가 아니라 규칙을 지키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부정을 눈감아 주는 온정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절차를 감춘 채 결과만 강요하는 권위도 질서를 무너뜨립니다. 지원(Fördern)과 요구(Fordern)는 한 쌍입니다. 청년에게 시험 말고 다른 길을 열어 주는 지원과, 그 길에서도 규칙을 지키라는 요구가 함께 가야 합니다.
인도의 시위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험지가 새면 신뢰가 함께 샙니다. 그리고 신뢰는 한 번 새면 다시 채우는 데 한 세대가 걸립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