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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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측정의 시대, 시니어의 지혜를 다시 묻습니다

모든 것을 숫자로 재는 시대

요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잠자는 시간과 먹는 음식과 하루 걸음 수까지 숫자로 기록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나’를 향해 자신을 다듬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손목에 찬 기기가 밤새 수면의 질을 채점하고, 아침이면 오늘의 컨디션 점수를 보여 줍니다. 자기 자신을 하나의 기계처럼 측정하고 관리하는 이른바 자기 최적화(self-optimization)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이 부지런한 자기 관리가 정작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멈추어 물어볼 때가 되었습니다.

한 칼럼니스트의 진단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의 칼럼니스트 제미마 켈리는 이 풍조를 정면으로 짚었습니다. 칼럼에 따르면, 인기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한 30대 방송인은 술을 끊었다가 다시 마셔 본 경험을 두고 마치 실험을 하듯 비교 측정(A/B 테스트)을 했다고 말합니다. 와인 두 잔에 취하지도 않았으나 그날 잠을 설친 탓에 사흘을 망쳤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과정을 자신이 후원받는 건강 측정 기기로 일일이 기록했다고 자랑하듯 덧붙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측정 만능주의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한 방송 진행자는 모든 것을 끝없이 최적화하고 측정하다 보면 목표에 조금만 못 미쳐도 비참해진다며, 최적화가 즐거움을 죽이고 있으니 이에 맞서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루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무엇도 기록하지 말며 그저 즐겁게 보내라고 권했습니다.

켈리는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더 보탰습니다. 임종을 앞둔 이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일,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행복할 기회를 주지 못한 일, 그리고 지나치게 일만 한 것이라는 내용입니다(호스피스 현장의 기록을 토대로 널리 인용되는 보고로, 표본과 측정 방식은 연구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손목의 기기는 우리가 너무 늦게 잠들었다고 알려 줄 수는 있어도, 그날 우리가 배꼽을 잡고 웃었는지, 평생의 인연을 만났는지는 결코 기록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왜 자신을 숫자에 가두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자신을 숫자에 가두게 되었을까요. 무엇이든 효율과 성과로 환산하려는 후기 산업사회의 사고방식이 그 뿌리에 자리합니다. 삶을 ‘잘’ 사는 문제는 제쳐 두고 오직 목표 수치만을 좇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측정을 손쉽게 만들어 주는 기술과, 그 기술을 팔아야 하는 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립니다. 앞서 소개한 방송인이 자랑한 측정 기기가 사실은 그가 후원과 투자를 받는 회사의 제품이었다는 대목은, 이 열풍의 상업적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건강과 자기 계발이라는 선의의 언어로 포장되어 있으나,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더 사고 더 측정하라는 부추김이 깔려 있습니다.

우리 시니어에게 던지는 물음

이 문제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시니어 사이에서도 건강 관리 열풍은 뜨겁습니다. 스마트워치로 심박과 걸음을 확인하고, 영양제를 챙기며, 작은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건강을 돌보는 일은 분명 소중하고 마땅한 책임입니다. 다만 그것이 지나쳐 검사 결과 한 줄에 마음이 흔들리고 즐거움을 자꾸 뒤로 미루는 건강 염려로 기울면, 정작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만남과 웃음과 여유를 놓치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스스로 정하는 자기결정권(自己決定權)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기준으로 하루를 선택하는 데 있습니다.

절제와 즐거움 사이, 중용의 지혜

다만 이 글이 절제 없는 향락을 권하는 것으로 읽혀서는 곤란합니다. 측정에 매몰되는 삶이 공허하듯, 건강을 함부로 방치하는 삶 또한 지혜롭지 못합니다. 우리 선현이 일러 온 중용(中庸)의 가르침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기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되, 그것을 삶의 목적이 아니라 더 오래 더 즐겁게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균형입니다. 한 영국 작가는 요양원에서 몇 해를 더 연명하자고 인생의 즐거움을 포기할 까닭은 없다고 했습니다. 다소 과장된 말이지만, 삶의 길이만큼이나 그 깊이와 온기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새길 만합니다.

수십 년의 풍파를 건너온 시니어 세대는 무엇이 정말로 남는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숫자가 일러 주지 못하는 그 지혜야말로, 측정에 지친 이 시대가 가장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오래 보지 못한 벗에게 안부 한마디 건네 보시기를 권합니다.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오피니언, 제미마 켈리(Jemima Kelly) 칼럼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인용된 발언은 원문 보도 내용을 우리말로 풀어 옮긴 것이며, 직접 인용이 아닌 요약·재진술입니다. 임종 전 후회에 관한 내용은 호스피스 현장 기록에 근거한 다수의 보고를 종합한 것으로, 표본과 방법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