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2일
384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자칩 한 봉지를 끝내 비우고, 탄산음료와 달콤한 과자에 자꾸 손이 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의지가 약한 탓이 아니라, 애초에 멈추기 어렵도록 설계된 제품 때문이라면 어떻겠습니까. 더 뜻밖의 사실은 그 설계의 상당 부분이 한때 담배를 팔던 바로 그 회사들의 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에 실린 의사 리아나 S. 웬(Leana S. Wen)의 기고문은, 미국 공중보건 저널(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이 2026년 6월 3일 내놓은 특별 논문 묶음을 인용해 이 문제를 짚었습니다. 수십 명의 연구진이 참여한 이 작업은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의 확산과 거대 담배 산업 사이에 분명한 연결선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담배에서 식품으로 옮겨온 기술

연구를 이끈 미국 캔자스 대학교의 중독 연구자 테라 파지노(Tera Fazzino) 부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 담배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당시 최대 담배 기업이던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와 R.J. 레이놀즈(R.J. Reynolds)는 식품 산업으로 사업을 넓혔습니다. 두 회사는 크래프트(Kraft), 나비스코(Nabisco), 델몬테(Del Monte)와 같은 굵직한 브랜드를 잇따라 사들였고, 한때 식품 사업은 두 회사 자산의 3분의 1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그 중심에 놓였습니다.

연구진이 과거 소송에서 공개된 100건이 넘는 내부 문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담배를 만들며 쌓은 노하우를 식품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더 긴 담배를 팔기 위해 등장한 킹사이즈 개념은 대용량 음료와 과자로,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라이트·저지방 발상은 그대로 식품 광고로 이어졌습니다. 방대한 색소와 첨가물 자료를 갖추고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화학 조합을 정밀하게 찾아내던 기법까지 식품에 동원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연구자들이 고기호성(hyper-palatable) 식품이라 부르는 제품입니다. 지방과 설탕, 나트륨에 여러 첨가물을 자연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조합으로 섞어,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게 설계한 식품을 가리킵니다. 짧고 강렬한 만족감이 빠르게 사라지도록 만들어 소비자가 더 많은 양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습니다. 평생 가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어린 소비자를 일찍 사로잡는 전략 역시 식품에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식탁의 70퍼센트, 그러나 신중한 해석

이 전략은 실제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파지노 부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고기호성 식품은 현재 미국 식품 공급의 약 70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이 수치는 연구진의 추정치입니다), 이는 비만과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 질환이 크게 늘어난 시기와 맞물립니다. 담배 회사들은 2000년대 들어 식품 사업에서 차례로 손을 뗐지만, 그들이 남긴 방식은 업계 전반의 표준 관행으로 굳어졌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 대목에서 신중한 태도를 지킵니다. 담배 회사들이 이를 의도했는지는 확보한 자료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공식품과 만성 질환의 관계는 인과를 확정하기보다 강한 연관성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연구진은 과거 담배 규제에서 효과를 본 방식, 곧 어린이를 겨냥한 광고를 제한하고 경고 문구를 붙이는 등의 방안을 식품에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언합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의 사례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인 가구 증가와 바쁜 일상 속에서 간편식과 가공식품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당뇨와 고혈압, 비만처럼 식습관과 밀접한 만성 질환을 관리해야 하는 시니어에게는 무엇을 먹느냐가 곧 건강의 질을 좌우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식품이 단순히 입맛에 맞는 수준을 넘어, 멈추기 어렵게 만들어진 제품일 수 있음을 알아 두는 것입니다. 알고 마주하는 것과 모르고 끌려다니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작은 습관만으로도 휘둘리는 정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우선 먹는 동안 머리는 더 원하는데 배는 이미 충분한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 곧 멈출 수 있는 지점입니다. 제품 뒷면의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도 권해 드립니다. 지방과 당류, 나트륨이 동시에 높은 제품일수록 한번 손대면 멈추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끼니의 중심은 가능한 한 가공을 덜 거친 재료로 옮겨 보시기 바랍니다. 집에서 지은 밥과 국, 제철 채소와 과일이 가장 든든한 대안입니다. 완전히 끊으라는 것이 아니라 비중을 조금씩 줄여 가자는 권유입니다. 만성 질환이 있으시다면 식단 조정은 주치의나 영양 전문가와 상의해 정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좋은 식습관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한 끼 한 끼의 작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집니다. 오늘 저녁상부터 한 가지만 바꾸어 보셔도 충분합니다.

출처: The Washington Post 2026년 6월 10일자 오피니언 면에 실린 리아나 S. 웬(Leana S. Wen)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특별 논문 묶음(2026년 6월 3일 게재), 미국 캔자스 대학교 테라 파지노 부교수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라 슈미트(Laura Schmidt) 교수의 연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종합해 재구성하였습니다.

※ 본 칼럼은 원문을 직역하지 않고 내용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작성하였으며, 의학 관련 내용은 단정적 표현을 피하고 연관성 중심으로 서술하였습니다. 만성 질환 관리와 식단 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