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아랍 사회는 오랜 역사적 갈등과 좌절의 잔재 위에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 놓여 있습니다.
1. 현대 아랍의 정치적 현실: ‘실망의 시대’와 ‘역사의 정류장’
20세기 중반 범아랍 민족주의의 이상은 1967년 ‘재앙(Naksah)’ 이후 무너졌고, 아랍 세계는 본격적으로 ‘실망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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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정체와 퇴행: 오늘날 아랍인들은 ‘역사의 정류장(the station of history)’에 멈춰 선 듯한 인식을 지니며, 시간이 흐르지 않는 현실에 갇혀 있다는 무력감을 경험합니다.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Adonis)의 표현처럼, 아랍 사회는 과거를 영원한 현재로 만들려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사회를 얽매고 미래를 억누르는 ‘언데드 같은 무게(undead weight)’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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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와 내부의 작은 제국: 아랍 사회는 독재자들의 지배 아래 있으며, 이들은 이스라엘과 같은 ‘거의 초월적인 적(almost transcendental foe)’을 내세워 국내 문제와 학살을 ‘대규모 주의 분산용 단어(words of mass distraction)’로 덮어버립니다. 일부 독재자는 권력 장악의 수단으로 ‘복종과 봉사(total submission)’를 뜻하는 드문 아랍어 표현 labbayka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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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 시스템의 지속: 아랍 정치 체제는 여전히 ‘유목민(badw)’의 군사적 지배 논리를 계승한 형태(군사 독재, 쿠데타, 습격)에 의해 움직이며, 이는 ‘정착민(hadari)’의 시민적 열망을 억누릅니다. 2011년 카이로에서 무바라크 정권의 용병들이 낙타를 타고 시위대를 해산시키던 장면은 ‘후기 시대의 유목민이 시민 사회를 짓밟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습니다.
2. ‘아랍의 봄’의 유산과 좌절
2011년에 일어난 아랍의 봄은 젊은 세대의 열망을 표출했으나, 그 결과는 대부분 좌절과 실망으로 귀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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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좌절: 이 봉기는 아랍 과거의 반동적 힘에 의해 대부분 진압되거나, 예멘처럼 내전과 분열로 이어지며 무산되었습니다. 이는 알-사파(al-Saffah, ‘피 흘리는 자’)와 같은 역사적 불균형성을 반복하는 결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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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들의 무자비함: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Bashshar al-Asad)와 같은 지도자들은 대규모 민간인 사망자를 낳는 무자비한 통치를 자행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일부 아랍인들은 아사드나 우마이야 시대의 잔혹한 통치자 알-핫자즈 이븐 유수프(al-Hajjaj ibn Yusuf)와 같은 ‘강한 통치자’를 여전히 찬양하며, “그는 강하다!”라는 구호 속에서 시민의 자유 결핍을 국가적 자부심으로 대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3. 언어와 미디어의 역할
현대 아랍 사회에서 언어는 여전히 권력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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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와 진실 경쟁: 21세기 초반 소셜 미디어는 전통적 수사학을 뒤흔들고 대안적 진실을 공론화했으나, 곧 반동 세력 또한 이를 장악하여 여론과 사고를 지배하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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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힘: 선지자 시대부터 전해지는 “진실을 말하는 것은 농담을 말하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말하는 방식이다”라는 인식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아랍어 수사학은 “어둠을 가져와 밝은 낮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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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의 구축: 아랍 정체성은 외부의 큰 제국(미국, 이스라엘)과 내부의 작은 제국(독재자)에 대한 대립 속에서 형성됩니다. 예멘의 후티파 구호인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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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와 주권: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Khashoggi) 피살 사건에 대한 국제적 비판을 두고, 사우디와 그 동맹국들은 이를 주권과 아랍적 정체성(’urubah) 침해로 규정하며 언어를 방어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4. 현대의 이중성과 지속되는 긴장
오늘날 아랍 사회는 개념적, 사회적으로 깊이 분열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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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적 괴리: ‘민주주의(dimuqratiyah)’는 번역 과정에서 ‘대중의 통치’를 뜻하는 jumhuriyyah로 정착했지만, 현실에서는 시민(citizens)이 아닌 국가에 복종하는 피지배자(subjects)만을 낳았습니다. 이는 단어, 사고, 행동 사이의 긴밀한 인과관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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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싸움: 예멘의 현 상황을 관찰한 한 저자는 자신이 마치 이븐 할둔(Ibn Khaldun) 시대의 부족과 왕조가 전쟁과 거래, 음모를 반복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듯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이 시대의 원자재는 주로 강철과 납인 것 같다”고 개탄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땅이 “정신을 잃고 느리고 숙고된 자살을 감행하는 것 같다”는 절망을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