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즈라(Hijrah)는 ‘다른 나라로의 이동’ 또는 ‘단절’을 의미하며, 아랍 사회의 핵심 개념 및 용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야스리브)로 이주한 사건을 기원으로 하며, 아랍 역사와 이슬람 공동체 형성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상징합니다.
정의 및 초기 의미
히즈라는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옮겨간 ‘이동’을 가리킵니다. 이 사건은 메카의 이교적 사회 구조와의 ‘단절’로 인식되었으며, 부족 명예를 저버려 추방된 이들이 다른 땅으로 옮겨가는 것과 유사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서기 622년은 무함마드의 히즈라를 기념하여 이슬람력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아사비야(’asabiyyah)와 사회 구조 변화
히즈라는 기존 부족 기반의 연대인 아사비야를 해체하는 동시에, 메디나에서 새로운 형태의 ‘슈퍼-아사비야’를 창조했습니다. 이는 무함마드가 종교적 신념을 중심으로 한 전례 없는 공동체적 결속을 구축했음을 의미합니다.
의미의 확장과 변모
히즈라는 단순한 지리적 이동을 넘어 ‘이동성’, ‘노력’, ‘구원’이라는 폭넓은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부족적 유대를 거부했던 수아루크(su’luks)와 같은 방랑자의 정신과 닮았으나, 대중적이고 조직적인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일부 초기 이슬람 운동가들은 히즈라를 신앙인의 필수 조건으로 여겼고, 무함마드 사후의 정복 시대에는 ‘군 복무’라는 직접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인 ‘타아루브(ta’arrub, 재아랍화)’는 옛 부족적 삶으로의 회귀를 뜻하며, 거의 배교에 준하는 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바다위(badw)와 하다리(hadar)의 이중성과 관계
무함마드는 히즈라를 통해 유목민 사회(badw)와 정착민 사회(hadar)의 요소를 절충하여 초기 이슬람 국가를 성공적으로 건설했습니다. 이는 전이슬람 시대의 부족 이동과 닮았지만, 우연적이지 않고 의도적으로 기획되고 통제된 움직임이었습니다. 히즈라는 단순히 고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고향(dar hijrah)’으로 옮겨가는 새로운 정체성의 창조였습니다.
아랍 정체성과 역사적 중요성
히즈라는 아랍인들에게 세계사 속에서 능동적 목소리를 부여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이슬람 공동체는 히즈라와 신에 대한 충성을 바탕으로 ‘슈퍼-부족(super-tribe)’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동시에 히즈라는 메카와 이주라는 아라비아의 이중성을 반영하여, 사람들을 끌어당기면서도 멀어지게 하는 상징적 역할을 했습니다. 순례자들에게 히즈라는 희망과 동시에 떠남의 숙명을 담고 있었습니다.
현대적 재해석
현대 이슬람주의자 중 일부는 메디나 시기의 이상을 되살리려 하며, 과거 전투와 순교를 재현하려는 움직임으로 히즈라를 해석하기도 합니다. 또한 ‘증기 시대의 히즈라’라는 표현은 근대적 변화를 받아들이는 아랍 각성의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며 활동성과 창의성을 일깨운 상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결론
히즈라는 단순한 이주 사건을 넘어, 고대 아랍 사회의 부족주의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정치·종교 공동체를 구축하는 촉매제였습니다. 이는 아랍 정체성을 재정의하며, 이동과 단결, 군사적 확장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발전했습니다. 나아가 히즈라는 오늘날에도 다양한 맥락에서 재해석되며, 아랍 역사와 이슬람 정체성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