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뉴욕타임즈에 실린 한 기사는 중국 청년들의 깊은 좌절을 담담히 조명하고 있습니다. 한때 ‘중국의 꿈’으로 상징되던 사회적 상승,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자산 형성을 통한 중산층 진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기사 곳곳에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단순한 실패담이 아닌, 우리 시니어 세대가 되짚어야 할 교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모 세대의 희생은 이제 무기력으로 돌아오고 있다
기사는 ‘보리스 가오’라는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가오 씨의 부모는 한때 국영기업의 종업원이었으나 민영화 물결 속에서 일자리를 잃고, 택시 기사와 전업주부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아들의 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가족은 절약에 절약을 거듭했고, 결국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마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희망이 아닌 구조적 거절이었습니다. 부모의 직업과 가정 배경이 그의 채용에 불이익으로 작용했던 것입니다.
이 장면은 한국의 시니어 세대에게도 익숙할 것입니다. 우리가 자녀를 위해 투자했던 시간과 자원, 그리고 스스로 감내했던 고난은 모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미래가 자녀 세대에게 제대로 열려 있지 않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남긴 것일까요?
상향 이동은 사라지고, 구조는 점점 경직되어간다
중국 청년들은 이제 “노력은 결점이다”, “가난은 너의 잘못이다”라는 냉소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사다리는 막히고, 기회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출신 배경을 채용 기준으로 삼고, 고급 인재조차 무기력한 취업 시장 앞에 주저앉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지 중국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 N포 세대, 학벌과 출신 지역에 따른 차별적 기회 등은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구조적 문제입니다.
시니어 세대에게 필요한 ‘새로운 책임’
이런 구조적 병목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가 물려준 사회는 공정했는가?” “자녀 세대가 살아갈 내일은 더 나아졌는가?”
단순히 자산을 남기거나 대학에 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제도적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은퇴 이후의 삶 속에서 시니어 세대는 더 이상 조용한 소비자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공동체적 책임자로 거듭나야 합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우리는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정책적 감시자 역할
청년 창업이나 지역 공동체 재생에 대한 멘토링과 기부
자녀에게 성공만을 요구하지 않고, 그들의 현실적 한계를 이해하는 자세
이러한 태도가 모이면 비로소 구조의 변화가 가능합니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곧 시니어 세대가 남길 유산의 문제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좌절 너머의 연대
기사는 마지막 부분에서 학업·경력을 열심히 쌓아온 청년들이 “나보다 똑똑한 친구들도 다 실패하고 있다”고 말하며 깊은 무기력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 무기력을 방치하는 사회는 결국 모두에게 해가 됩니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때입니다. 좌절 너머의 연대를 만들고, 청년이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사회의 토대를 함께 재건하는 것. 그것이 시니어 세대가 ‘더 나은 삶’을 후대에 물려주는 진짜 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