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안정된 노후 소득’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해 온 삶의 결실로서, 국가가 제공하는 연금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줄 것이라 믿어 왔습니다. 이런 기대 속에 영국 정부는 2011년 ‘트리플 락(triple lock)’이라는 연금 인상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물가, 임금 상승률, 최소 2.5%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반영해 매년 연금을 인상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는 노인 빈곤을 줄이기 위한 긍정적 정책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책이 오히려 세대 간 형평성을 해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재정책임국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제도가 유지된다면 2050년까지 연금 예산은 지금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연간 520억 파운드(약 91조 5,680억 원)에서 1,130억 파운드(약 198조 8,720억 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연금을 받는 시니어 입장에서 보면, 이는 당연히 반가운 일일 수 있습니다. 연금 수급자의 평균 소득은 연 14,000파운드(약 2,463만 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일부 근로연령층보다 높은 생활 수준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차이가 점점 더 커지면서 사회 전반에 균형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 같은 추세는 젊은 세대에게 ‘불공정한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NHS(국민보건서비스), 교육, 복지 등 기본적인 공공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연금 지출로 인해 위축되면, 결국 미래 세대가 희생을 치르게 됩니다. 게다가 고령층 내부에서도 소득 격차는 존재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금을 안정적으로 받는 사람도 있지만, 기초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 은퇴자도 여전히 많습니다.
정책은 단순히 숫자의 게임이 아니라, 각 세대와 계층의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모든 고령자가 잘 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젊은이가 혜택을 못 받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국가가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하고, 어떤 방향으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입니다.
한국 역시 이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영국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노후를 보장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재정적 지속 가능성과 세대 간 공감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절실합니다. 특히 고령자에 대한 지원이 ‘보편적’으로 흘러갈수록, 오히려 진짜 도움이 필요한 취약 노인이 소외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을 져야 할 나이에 접어들었습니다. 단순히 지금의 혜택에 안주하기보다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의 균형을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진정한 연대는 배려에서 시작되고, 미래를 위한 준비는 현명한 선택에서 비롯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