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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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合( だんご , 단고; 담합하다, 짜고 치는 고스톱; Dividing up the Spoils)

일본에 살거나 방문할 때 국토가 작다는 인상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본 열도는 북쪽에서 남서쪽으로 약 2,900km나 뻗어 있으며, 전체 국토의 80% 이상이 사람이 살지 않는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장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과 인구는 대부분 해안 평야와 작거나 좁은 계곡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집중 현상은 일본인의 사고방식과 비즈니스 방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1868년 막부 체제가 무너진 후 새로운 정부가 주도하여 산업 기반을 소규모 수공업에서 대규모 제조업 및 수출 중심으로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으로 주요 산업 분야는 소수의 대형 수직 통합 기업들이 장악하게 되었고, 이들 기업은 여러 정부 부처와 긴밀히 협력하며 국가 총생산의 약 60%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가 손을 잡고 경쟁을 막는 구조 속에서, 기업들은 정부의 묵인 하에 가격을 담합하고 공공 계약을 서로 나누어 가지는 관행을 정착시켰습니다.

이러한 이익 나눠먹기 관행은 ‘단고(談合, だんご )’라 불립니다. 외국인들은 흔히 이를 ‘입찰 담합(bid-rigging)’이라고 번역합니다.

일본 사전에서 ‘단고’는 흔히 ‘상담(相談, sodan)’ 또는 ‘회의’라는 뜻으로 설명되며, 본래는 같은 업종의 기업들이 만나 누가 어떤 공공 계약을 수주할지를 사전에 협의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1980년대 간사이 국제공항 건설 계약과 관련된 국제적 논란을 계기로, 외국 기업들이 일본의 이 구조를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서양인들은 전혀 그러한 일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익숙하게 적용되면서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관리되어온 사안입니다만) 외국 언론은 이 ‘단고’ 문화가 외국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게 만드는 주요 장벽이라며 비판했고, 이는 일본 정부가 서방 세계의 기준에 맞춰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부 법적 조치도 취해졌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도 강화되었으며, 일부 계약은 외국 기업에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약을 따내는 것과 실제로 일본 계약자들과 협력하여 성과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일부 외국 기업은 실제 수주 후에도 결국 포기하거나 철수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외국의 관심이 사그라들자, 일본은 전통적인 방식인 ‘단고’를 조용히 되살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본식 협력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어디 비즈니스뿐이겠습니까? 그야말로 똘똘 뭉쳐서 외부인에 대해서

‘단고(談合, だんご )’는 단순한 입찰 담합을 넘어, 일본의 집단주의와 국가 주도형 경제 구조 속에서 형성된 일종의 전통적 질서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는 경쟁보다는 “질서 있는 분배”가 중시되었고, 이를 통해 갈등을 줄이고 관계 유지를 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인의 시선에서는 이는 ‘비공정’이며, 자유시장 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단고(談合, だんご )’는 마치 최씨네가 집수리를 하는데 최씨가 사는 마을 유지들이 회의를 열고 “우리 동네 사람이 운영하는 사업체만 이용해서, 김씨네가 도배, 박씨네가 지붕 수리, 장씨네가 하수도 공사”를 정해주는 조율 방식과 비슷합니다. 내부에서 모두가 돌아가며 일을 맡아가는 대신, 외부인의 진입은 철저히 차단되는 것입니다.

편안한 폐쇄적인 환경을 즐기는 공정하지 않은 관행이 자리잡고 있는 또 하나의 일본인 속마음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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