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噛ませる(かませる, 카마세루; 끼워넣다, 참여를 허용하다, to allow participation)
공동 참여 — 이익을 나누는 문화
‘일본인은 전구 하나를 바꾸는 데 몇 명이 필요할까요?’ 혹은 ‘일본 우체국에서 편지 한 통을 부치려면 몇 개 창구를 거쳐야 할까요?’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과거 일본에서는 ‘모두가 일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인원이 동원된다’는 식의 문화가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모든 사람에게 참여할 기회와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고대 일본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은 가능한 한 많은 조각과 단계로 분할되어, 모든 사람이 고용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일본어로는 噛ませる(かませる, 카마세루)라고 하며, 영어로는 ‘to allow participation’(참여를 허용하다)로 번역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릴적 학교 운동장에 남아 축구를 할 때 남아 있는 아이 9명이서 4명씩 편을 가르고 남은 친구 한 명을 ‘깍두기’로 넣어주어서 5:4로 인원을 구성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깍두기’가 우리의 고유한 배려의 문화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네의 ‘깍두기’와 일본의 ‘噛ませる(かませる, 카마세루)’가 다소 유사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네는 ‘놀이’에만 사용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생업’이라는 측면에까지 적용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噛ませる(かませる, 카마세루)’는 참여 보장—즉 전통적 의미의 완전고용은 본래 가족 내에서 발전한 개념이었습니다. 가족의 음식과 재산은 공동 소유로 여겨졌으며, 필요에 따라 분배되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가족 구조에서 보편적인 철학이지만, 일본은 이 원칙을 사회 전체와 경제 단위에도 적용함으로써 장기적이고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1970년대 모친께서 교직에 계실 때,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이쑤시개’ 한 통을 사오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일본의 잡화점에서 사오셨다는 이 ‘이쑤시개’는 한 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앉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는데, 대나무를 자르는 일부터 마지막 꽃술을 달고,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검사하는 것 모두 한 가족이 참여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던 저는 이렇게 여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일본에서는 나 같은 어린아이도 같이 일하나요?” 어머니께서도 궁급해서 물었답니다. “꼬마들도 함께 일한다면 무슨 일을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잡화점 주인이 이쑤시개 하나를 꺼내더니, 꽃술을 가볍게 잡고 돌리면서 “꼬마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꽃술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품질검사를 한답니다.”라고 하더라는 것입니다. 마땅히 그 ‘이쑤시개’ 품질은 아주 훌륭했고, 귀한 여행기념품으로 대접을 받으며 제가 대학에 다닐 때까지도 장식장에 자리잡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분배 중심의 전통 신념은 일본 내부 구성원에게만 적용되며 외부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신념에 따라, 일본 사회는 과소고용의 위험이 있더라도 완전고용을 우선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누구든 최소한 생존에 필요한 기본을 보장받을 수 있었으며,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생활 수준 격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습니다.
저는 미국 하버드에서 ‘마쓰시타 리더십’과정이 만들어지고 ‘경영의 신(神)으로 불릴 정도로 추앙을 받은 일본의 파나소닉(Panasonic)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이 ‘噛ませる(かませる, 카마세루)’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한 인물로 생각합니다. 1929년 대공황 때 마쓰시타는 “불황은 기회다”라고 외치며 ‘해고 대신 생산 반, 월급 전액, 전 직원 재고판매 방식’을 도입해서 조직 결속과 위기 돌파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이때 전 일본의 경영자들도 ‘噛ませる(かませる, 카마세루)’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오늘날에도 일본 기업에서는 사장과 말단 직원 간 급여 차이가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만큼 극단적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닛산 자동차의 사장인 프랑스인 카를로스 곤 사장 연봉이 뉴스에 오랫동안 오르내린 것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상치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이러한 경제적 평등에 대한 일본의 오랜 집착은, 오늘날까지 외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때 반드시 인지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카마세루 원칙이 적용되는 구조에서는 제조사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유통 단계가 4~5단계에 달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정부는 소매 상인의 카마세루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도 제정했습니다. 이 유통단계 하나하나가 제품 가격에 비용을 더하면서, 제조원가 대비 소매 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2~4배 높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 가격은 크게 상승하고, 동시에 제조사는 비용 절감 압박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성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경제의 구조 자체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점차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제조사들이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디스카운트 스토어(할인매장)가 등장해 고가의 소매점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국, 동남아 등 저렴한 생산비 국가로부터의 수입 압박과 일본 소비자의 낮은 가격 선호로 인해 카마세루 구조는 쇠퇴하고 있지만, 그 잔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본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은 이러한 구조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유통 및 소매 단계와의 관계 설정에서 이를 감안해야 합니다. 설령 경영상 이유로 일부 직원을 구조조정할 때, 일본인의 속마음 ‘噛ませる(かませる, 카마세루)’가 작동하면서 노동조합이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을 의야해 하시는 것은 이해도가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다수 일본인은 이상이적인 시장 구조는 여전히 카마세루 원칙이 중심이 되는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그 구조는 점차 해체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일본인은 “함께 일하는 것이 정의”라는 신념을 품고 살아갑니다.
일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이 뿌리를 내리기에 또하나의 장벽처럼 느끼게하는 일본인의 속마음 ‘噛ませる(かませる, 카마세루)’를 들여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