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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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過当競争(かとうきょうそう, 카토쿄소; 과당경쟁; Compete or Die)

일본인들이 오랫동안 품어온 고대의 믿음 중 하나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평화와 조화의 정신인 ‘와(和)’를 전 세계에 퍼뜨릴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신념은 1930~40년대 일본이 추진한 ‘대동아공영권’ 건설을 주도한 군 지도자들의 사고방식에도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뒤에는 이러한 꿈의 불씨가 꺼진 듯 보였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자 일본이 전쟁의 폐허에서 상상도 못 할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경제 강국으로의 등장은 일본인들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일본인이나 외국인 누구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성공은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이 지녀온 문화적 자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동시에 그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문제들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은 외국의 문화와 인종과 평화롭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일본이 서양에 문호를 열기 전까지만 해도 ‘경쟁’이라는 개념 자체가 일본어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870년대, 전 사무라이이자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의 창립자이며 신문 발행인이었던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영어 단어 ‘competition’에 대응하는 말로 ‘경쟁(競争, きょうそう)’이라는 단어를 새로 만들어냈습니다. 이 말은 ‘서로 싸운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일본의 경쟁 방식에 대한 외국의 불만은 점점 커졌습니다. 일본이 지나치게 경쟁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일부 외국 정치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일도 덜 하고, 저축도 덜 하며, 소비는 더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많은 일본인들은 이러한 주장, 특히 “최고가 이긴다”는 신념을 늘 찬양해왔던 미국인들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어처구니없다고 여겼습니다. 일본이 세계 경제를 잠식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이 낮은 임금에도 꿀벌처럼 일하는 모습은 일본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인들에게는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일본처럼 개인주의를 억제하고, 독창성을 억압하며, 혁신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 개인 간 경쟁을 비도덕적으로 여기는 나라가 자유분방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외부인들이 간과한 것은, 일본의 집단 중심 시스템이 국가 차원에서 결집되었을 때 드러나는 강력한 힘이었습니다. 훈련된 풋볼 팀이 훈련되지 않은 팀보다 인원이 적어도 더 강한 것처럼, 집단주의적 일본 기업의 누적된 힘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개인 간 경쟁은 매우 제한되었고—스포츠조차 마찬가지였으며—집단 내부에서는 경쟁이 거의 금지되어 있었던 반면, 집단 간 경쟁은 전통적으로 매우 치열했습니다. 그 정도가 지나쳐 개인이 자신의 복지, 가족, 심지어 생명까지도 조직이나 회사, 국가를 위해 희생할 정도였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일본 경제 시스템의 과도한 경쟁성이 비판의 대상이 되자, 일본 내부에서도 이를 ‘카토 쿄소(過当競争 / かとうきょうそう, 과도한 경쟁)’라고 명명하며 부정적인 측면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판자들은 일본식 경쟁이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모두 극단적으로 치달았으며,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의 욕구와 희망을 억압하며, 전 세계 산업국가들로 하여금 일본에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문화 깊숙이 스며든 가치와 관행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은 몇 년 또는 수십 년 만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방식에 확고히 헌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선의의 경쟁’이 아닌 ‘과도한 경쟁, ‘과잉 경쟁’이라는 것입니다. 현대 일본 사회와 경제 속의 ‘카토 쿄소(過当競争 / かとうきょうそう, 과도한 경쟁)’는 시장, 학교, 직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존과 발전을 위해 끊임 없이 경쟁해야만 하는 분위기를 의미합니다.

일본 사회 특유의 집단주의 속에서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는’ 심리와 사회적 압박이 과도한 경쟁 구도를 만듭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게 만들어, 경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심합니다.

“경쟁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혹은 “죽는다”라는 의미로, 일본 사회에서 ‘삶의 전 영역이 경쟁’이라는 극심한 현실을 강하게 표현한 구절입니다. 분야 불문하고 실제로 우수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음

이러한 압박과 스트레스가 일본 사회의 과로사(과도한 일로 인한 사망), 이지메(いじめ; 집단 괴롭힘), ‘무라하치부(村八分, むらはちぶ; 규범을 어긴 자를 공동체에서 배제)’, 청소년 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로도 연결됩니다. 1980년대 이후 학교폭력, 자살 문제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이지메(いじめ; 집단 괴롭힘) 피해자 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입니다. 예시로 2022년 한 해 공식적으로 집계된 이지메 사건만 68만 건이 넘었습니다. 이는 학교뿐 아니라 직장, 지역사회 등 다양한 집단 내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회적 규범을 위반한 자를 처벌할 때 가해자와 집단은 자신들의 힘과 통제력을 확인하며,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가해 타깃이 되는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타인을 조종함으로써 느끼는 ‘전능감’을 즐기는 집단이 되고, 남들과 달라지지 않으려는 심리, ‘튀지 말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방관하거나 가해에 동참하게 되므로 많은 일본인은 소극적·순응적 성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이른바 ‘카토 쿄소(過当競争 / かとうきょうそう, 과도한 경쟁)’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과 효과적으로 경쟁하고자 하는 다른 나라들은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자기 방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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