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粗探し(あらさがし, 아라사가시, 사소한 결점까지 찾아내려는 태도; A Nation of Nitpickers)
서양인들이 처음으로 일본의 문자 체계를 접했을 때, 그것은 훨씬 더 오래되고 복잡한 중국의 문자 체계를 변형한 것이었기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어가 서예적으로 쓰이거나, 더 정확히 말해 예술적으로 그려진 모습을 보고 그 미적 측면에 경탄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그 복잡성과 방대한 규모에 압도되어 배우기를 포기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그런 어려운 문자를 채택한 일본인들을 다소 오만한 우월감으로 바라보며, 그 체계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문자 체계는 분명 복잡함 속에 축복과 짐을 함께 지니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이 체계의 ‘복잡함’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문자 체계가 가진 근본적인 장점은 바로 그 복잡성에서 비롯됩니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익히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긴 학습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일본인의 정신적 태도, 손재주, 그리고 성격 형성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일본 아이들은 문자 습득 과정에서 인내심과 끈기, 손끝의 섬세한 조정 능력, 조형적 조화감, 그리고 미학적 감수성을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훈련과 규율은 일본인으로 하여금 다른 민족과 구별되게 만들며, 평생을 통해 유리한 영향을 줍니다.
이처럼 매우 정밀하고 엄격한 일본식 문자 체계는, 일본 전통의 다른 활동들과 결합되어 일본인의 성격 전반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일본인에게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가장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이며, 이로 인해 일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감식안 높은 민족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형식과 절차, 그리고 모든 사물을 그 지위와 역할에 따라 분류하고 명명하는 습성은 일본인을 ‘형식과 질서에 강박적인 존재’로 만들었으며, 이러한 특성을 일본어로 ‘粗探し(あらさがし, 아라사가시, 사소한 결점까지 찾아내려는 태도)라 부릅니다. 영어로는 ‘nit-picking(사소한 결점까지 캐내는 성향)’으로 잘 번역됩니다.
과거에는 많은 외국 제품들이 일본 시장에서 실패했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인의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했거나,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옷의 실밥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제품의 내부나 바닥이 거칠고 보기 흉했다면 그것은 곧바로 ‘불량품’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과 마감의 높은 기준은 수백 년 전부터 장인 수련 제도를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그 시스템은 제품의 성격이 아무리 평범하더라도 ‘완벽’을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평범한 부엌 도구조차 도자기나 옻칠 공예품처럼 예술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최근 수십 년 동안 일본인들의 아라사가시적 문화 성향이 다소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교육 제도와 사회화 과정 속에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젊은 세대조차도 서양인들과 비교할 때 훨씬 더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무언가를 판매하려는 사람이라면, 일본인의 아라사가시적 성향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대가’를 치르고서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문화’가 자칫 ‘대충 대충’으로 이어진다면 불가피하게 만나야 하는 관문이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문자 체계가 사람의 정신을 훈련시키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형태와 질서를 중시하는 습관을 만든 것입니다.
이는 곧 장인의 혼(職人魂, 쇼쿠닌 다마시이)으로 이어지며, ‘완벽을 향한 끝없는 추구’라는 일본 특유의 미의식을 반영합니다.
따라서 ‘粗探し(あらさがし, 아라사가시, 사소한 결점까지 찾아내려는 태도)는 ‘사소한 결점까지 지적하는 까다로움’이자 동시에 ‘품질과 조화를 극대화하려는 예술적 열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일본인이 그런 태도를 갖지는 않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