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7일
11-7-1800

– 日本人論(にほんじんろん, 니혼진론, 일본인론, Psyching Out the Japanese)

에도 시대 중기(1603–1868년) 무렵, 네덜란드 상인들이 일본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던 칠기, 도자기 등의 제품을 감쌀 때 사용한 포장지로부터 서양인들은 처음으로 일본의 유명한 목판화를 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놀란 것은, 그 단순한 포장지였던 목판화가 서양에서 수집품으로 취급되며 당시 유럽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850년대 일본이 서양에 완전히 문호를 개방한 이후, 한때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전통 예술과 공예를 천하게 여겼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국의 공예품을 너무나 흔한 것으로 여겨 특별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외국의 모든 것에 매료되었지요. 그러나 서양인들이 일본의 예술과 공예를 극찬하며 유럽의 명작들과 동등한 걸작으로 평가하기 시작하자, 일본인들은 비로소 자국의 전통을 재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적 태도와 행동양식을 인식하게 된 것도 서양인들과의 차이를 체험한 이후였습니다. 따라서 초기의 일본학자들은 일본 문화를 이해하려는 서양인들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문화적 관점에서 일본의 행동과 사고를 해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포르투갈의 선교사 주앙 로드리게스(João Rodrigues, 1561~1633)였습니다. 그는 16세에 일본에 건너가 일본어에 능통해졌으며, 19세에 예수회에 입회하여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도 교류했습니다. 1610년 예수회 추방령으로 일본을 떠난 후, 그는 중국에서 일본의 역사, 예절, 문화를 주제로 한 통찰력 있는 저서를 여러 권 남겼습니다.

일본인 스스로 자국 문화를 성찰하기 시작한 최초의 인물 중 한 명은 예술 비평가이자 철학자인 오카쿠라 가쿠조(岡倉覚三, 1862~1913, 필명 천심 Tenshin)이었습니다. 그는 일본 최초의 국립 미술학교(현 도쿄예술대학)의 공동 창립자이자 제국박물관(현 도쿄국립박물관)의 큐레이터였으며, 이후 보스턴 미술관에서 중국 및 일본 미술 부문의 부관장으로 일했습니다. 오카쿠라는 영어로 저술한 『The Book of Tea』를 통해 일본 미학의 근원과 본질을 세계에 설명했고, 그 책은 오늘날까지도 예술 분야에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참패한 이후에야 일본인들이 자국의 문화적 뿌리를 탐구하려는 노력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연구의 흐름은 곧 ‘니혼진론(日本人論, Nihonjinron)’, 즉 ‘일본인에 대한 논설·에세이·이론’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붐은 특히 미국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가 미 육군성의 의뢰로 전쟁 중 집필한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이 일본어로 번역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베네딕트는 일본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 체류 경험이 있는 미국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인의 성격과 문화를 분석했습니다. 이 책은 이후 모든 니혼진론의 ‘어머니’로 불릴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수백 권의 니혼진론 관련 서적이 출판되고 매년 새로운 저작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본인의 사고방식에 대한 독특한 이론 중 하나로 쓰노다 다다노부(角田忠信) 교수의 『The Japanese Brain: Uniqueness and Universality』가 있습니다. 그는 “일본인은 언어·소리·수학적 계산 등 논리적 사고를 좌뇌로 처리하지만, 서양인은 우뇌를 사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언어학자들에게 비판을 받았지만, 다른 설득력 있는 대안이 없었기에 많은 일본인들이 그의 설명을 받아들였습니다.

외국의 비즈니스인이나 일본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니혼진론 서적을 집착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일본인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교류하기 위해서는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는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을 통해서 ‘다른 점’에 대한 인식의 시작을 체계적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니혼진론’은 일본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해명하려는 자기 성찰적 담론으로, 서양 학자들의 연구에서 시작되어 전후 일본 사회의 정체성 탐색 운동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전쟁 패배 이후 일본인들은 “일본인은 왜 이런가”를 과학·심리·언어학적으로 탐구하면서 자민족의 독특성을 이론화하였고, 이는 곧 ‘일본다움’을 정의하는 담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얼마나 독특했으면 이런 ‘일본인론’이 자리를 잡았을까요? 이번 기회에 ‘일본인론’ 독서를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