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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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태권도장에 보내는 부모들의 기대는 ‘운동’을 넘어선지 오래가 된 모양입니다.

저는 태권도를 기억에 의존해서 품새, 겨루기, 시범단 등의 단어만 생각했는데, ‘인성의 발달’이라는 단어와 자연스럽게 연계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정신적 굳건한 바탕이 사업의 지속성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세계화를 이룰 수 있었지 않았나 추론해 봅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태권도 인성교육》이라는 책 중 〈자기가치 프로그램〉장에서는 예의, 정직, 인내, 책임감, 성실, 절약정신, 자신감, 자기존중, 신중, 용기, 주도성, 열정 등 모두 12가지 주제에 대해서 구성된 것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주옥과 같은 주제를 운동과 함께 심어주는 스포츠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예절을 12가지 내용으로 구성하여 배우는 책이 있었습니다. 《동자례(童子禮)》라는 제목으로 의성 김씨 종가인 조선 중기 학자인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이 편집한 책입니다.

이번 기회에 관즐, 정복, 차수, 숙음, 배기, 궤, 입, 좌, 행주, 언어, 시청, 음식 등 12가지 내용을 개략 돌아보겠습니다.

《동자례》에 실린 12가지 예절 항목을 살펴보면, 단순한 행동 지침을 넘어서 인간의 기초 인격 형성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관즐(冠櫛)은 머리를 단정히 하고 외모를 정돈하는 법도이고, 정복(整服)은 옷차림과 단정한 태도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태권도장에서 강조하는 ‘복장의 단정함’과 ‘예의범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차수(搓手)와 숙음(肅飮)은 손 씻기, 식사 예절과 같은 일상 속 습관에 관한 내용이지만, 그 바탕에는 자기 절제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습니다. 배기(拜起)는 인사와 절하는 법을 통해 존경과 겸손을 가르치며, 입(立)과 좌(坐), 행주(行走)는 서 있고, 앉고, 걷는 기본 동작을 통해 자세와 태도를 교정합니다.

언어(言語)와 시청(視聽)은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경청하는 법을, 음식(飮食)은 절제와 감사의 마음으로 식사하는 자세를 일깨웁니다. 놀랍게도 이 모든 항목은 현대 태권도 인성교육에서 강조하는 가치들과 거의 일치합니다. 이처럼, 몸을 단련하면서 마음을 함께 수양하는 전통은 이미 우리 조상들의 교육철학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태권도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어쩌면 이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리는 정신적 기반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태권도장은 오늘날 많은 부모들에게 체력 단련 이상의 의미를 줍니다. 바로 아이의 인성을 키우고, 존중과 책임, 인내와 용기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전통 교육서인 《동자례》와 현대 태권도 인성교육 프로그램 간의 연결점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교육의 본질 – 사람됨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공통된 믿음이 아닐까요?

이제 우리는 태권도를 단지 ‘겨루기’나 ‘품새’의 기술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세계인에게 전할 수 있는 한국의 정신문화이자 교육철학의 정수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세계화된 태권도,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인성교육의 뿌리를 돌아보며, 우리는 다시금 질문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진정으로 물려주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뜻 깊은 인성교육이 가장 큰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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