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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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아이가 태어나 5~6세가 되면 서당에 보내어 《천자문(千字文)》을 배우는 것으로 배움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한자를 조금 익히게 되면 《추구(抽句)》와 같은 한시 입문서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추구》는 단어 뜻 그대로 오언(五言)으로 된 좋은 대구들을 뽑은(抽) 글귀(句)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모친께서 교직에서 퇴임하시고 교회에서 봉사하신다고 80세가 넘어 『한자 교실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저는 이 책을 노인이 노인에게 《천자문》을 가르치실 때, 여러 교재 중 어깨 너머로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月出天開眼(월출천개안) 山高地擧頭(산고지거두)
달이 뜨니 하늘이 눈을 뜬 것 같고,
산이 높으니, 땅이 머리를 든 것 같구나

처음에는 시의 뜻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단순하게 노래를 부르듯이 외우도록 가르쳤고, 그것이 반복되면 자연스레 시를 표현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 선현들의 교육 방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시를 낭송하면서 시가 담고 있는 대자연을 자유롭게 그려보게 하는 것도 정서 발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공자(孔子)도 자녀 교육법으로 시(詩)와 예(禮)를 강조했습니다. 공자의 제자가 스승님의 자녀교육 방법에 대해서 무척 궁금해서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에게 무슨 가르침이 있었는지 물었답니다. 그러자 아이는 “특별한 가르침은 없었지만, 반드시 시와 예절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대답했답니다.

공자는 사람은 시를 배워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예를 배워야 사람다운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아들에게 강조했던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논어(論語)》〈태백(泰伯) 〉8장을 보면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興於詩(흥어시) 立於禮(입어례) 成於樂(성어악)
시는 사람의 감성을 흥기시키고,
예는 사람의 도리를 제대로 세울 수 있으며,
음악은 사람다움을 완성할 수 있다.

공자는 시와 예절 그리고 음악은 인간의 감정을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인간관계의 질서를 제대로 세워 인성을 갖춘 인간으로 완성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가르침이 비단 어린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겠습니까?

歲去人頭白(세거인두백) 秋來樹葉黃(추래수엽황)
雨後山如沐(우후산여목) 風前草似醉(풍전초사취)
세월이 가니 사람의 머리는 하얘지고, 가을이 오니 나뭇잎은 노랗게 물드네.
비 온 뒤의 산은 목욕을 한 듯하고, 바람 앞의 풀은 술 취한 듯 날리는구나.

서로 많이 다르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다 보니, 공감의 교차점을 찾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바로 앞에 닥친 중요한 일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되면 서로 끝과 끝으로 다른 데 어찌 같은 부분을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발등에 떨어진 불에서 시선을 때어 멀리 떨어져 서로 바라보면 더 커다란 공감대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시와 같은 공감의 도구가 있는데, 너무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요.

시(詩)는 시대와 세대와 다름을 뛰어넘어 정서적 공감대를 만드는 좋은 도구입니다. 카*이라는 훌륭한 교류 도구도 있지 않습니까. 시 한 수, 서로 나누어 보심은 어떨까요? 계절은 가을이 깊어 겨울로 향합니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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