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가 불안해 돈 쓰기 꺼려져”
지난 10년 동안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정작 소비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노후 대비’ 심리가 전 세대 중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6월 1일 발표한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현재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483만7000원으로, 10년 전인 2014년보다 41.7%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비지출은 35.1% 증가에 그치면서,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 비중)은 64.8%에서 61.5%로 3.3%포인트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는 소득이 50.6% 늘었지만 소비는 35.7%만 늘었다. 그 결과 평균소비성향은 69.3%에서 62.4%로 무려 6.9%포인트 하락했다. 이 수치는 전 세대 중 감소폭이 가장 크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고령층조차도 노후에 대한 불안감 탓에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소비 항목별 지출 비중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의료, 오락·문화, 외식, 주거 관련 지출은 증가한 반면, 식료품, 의류, 교육 관련 지출은 감소했다. 의료와 문화 생활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생필품이나 교육 등 전통적인 지출 항목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석이 단순한 경기 침체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 세대 간 소득 격차, 소비 심리 위축 등 구조적인 요인을 반영한다고 본다. 특히 60대 이상은 은퇴 이후 고정 수입이 줄어들고, 기대수명이 늘어난 상황에서 생애 후반의 소비 전략을 보다 신중히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세대별 소비특성을 반영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시니어 세대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문화·여가·건강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소비를 줄인다는 건 결국 불안하다는 뜻이다.
소비는 개인의 생활 수준을 반영하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노후 불안으로 인해 지갑을 닫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보다 든든한 사회 안전망과 노후 설계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