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힌(kahin)은 아랍 사회의 중요한 개념이자 용어로, 초자연적인 통찰력을 통해 진실을 예언하고 전달하는 예지자 혹은 무속인을 뜻합니다. 이들은 초기 아랍인의 사상, 언어, 리더십, 그리고 이슬람의 등장과 그로 인한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카힌은 예지자 또는 무속인을 의미하며, 보통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것을 감지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이들의 명칭은 고대 히브리어 ‘코헨(kōhēn)’과 어원적으로 연결되며, 부족의 지도력과 예언의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전설적인 여성 예지자 타리파(Tarifah)는 마립 댐의 붕괴를 예견하고 부족의 이주를 이끈 인물로 전해지는데, 그녀의 모든 선언은 바얀(bayan)이라 불리는 독특한 형식의 연설로 이루어졌습니다. 바얀은 초자연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웅변적 언어였으며, 경험적 사실보다는 언어의 설득력과 집단적 신뢰 속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카힌의 언어적 표현은 사즈(saj’)라 불리는 운율과 리듬을 가진 고급 아랍어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즈는 훗날 꾸란에도 반영되었으며, 알-마스우디(al-Mas’udi)는 카힌이 고독한 성찰을 통해 세상을 보는 특별한 눈을 가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븐 쿠타이바(Ibn Qutaybah)는 모세의 시대를 ‘마법의 시대’, 예수의 시대를 ‘치유의 시대’, 무함마드의 시대를 ‘바얀의 시대’로 규정하며, 카힌의 초자연적 마법이 무함마드의 언어적 기적에 의해 대체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무함마드 역시 초기에는 자신의 계시가 카힌과 같은 성격일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졌습니다. 주변인들도 그의 계시를 카힌의 언어와 유사하게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함마드는 곧 자신의 계시가 악마적 영감이 아닌 천사로부터 온 것이며, 카힌의 말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카힌의 운율적 연설을 멀리하며, “예언자 이후에는 카힌의 지위가 있을 수 없다”라고 선언함으로써 카힌의 전통을 넘어서는 새로운 권위를 세웠습니다. 꾸란은 무함마드가 시인도 카힌도 아님을 명확히 부정하면서도, 카힌의 연설에서 비롯된 고대적 언어적 마법을 신성한 계시로 승화시켰습니다.
이븐 할둔(Ibn Khaldun)은 카힌을 ‘악마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진실과 거짓을 섞는 자’로 규정한 반면, 예언자는 ‘천사의 진실과 직접 연결된 존재’라며 두 집단의 근본적 차이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일부 전설적인 카힌들은 신체적 결함을 지녔으나 이를 정신적 능력으로 보완했다고 전해집니다. 예컨대 사티흐(Satih)는 뼈가 없어서 마치 천처럼 접을 수 있었다고 묘사됩니다.
결국 카힌은 초기 아랍 사회에서 언어, 권위, 진실을 매개하는 핵심적 존재였습니다. 이들의 바얀은 공동체의 신념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심점이 되었으며, 이슬람의 등장은 이러한 전통을 흡수하고 변형시켜 새로운 언어적·영적 권위를 세우는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