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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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고령 노동자들의 현실에서 배우는 교훈

베이징 새벽 4시의 교차로 풍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형광등 불빛 아래, 수많은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먹으며 하루의 시작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아침이 아니라, ‘오늘 하루 먹고 살 수 있는 일감’입니다. 전기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모집자가 외치는 “170위안! 180위안!”(약 3만4천 원)의 임금은 이들의 하루를 결정짓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노동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40대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연령대이지만, 중국의 도시 노동 시장에서는 40세가 이미 ‘은퇴 연령’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40세면 이미 은퇴한 거나 다름없다”라는 말은 그저 농담이 아니라, 현실을 담은 체념의 표현입니다.

경기 침체와 고령 노동자의 이중고

중국은 수십 년간 농민공이라 불리는 노동자들이 도시로 몰려와 성장의 기초를 닦아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 둔화로 건설 현장이 줄어들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고령 노동자들입니다. 건설사는 더 젊고 전문적인 인력을 원합니다. 반면, 고령 노동자들은 단순 노동에 의존하다 보니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연금 사각지대 문제가 겹칩니다. 기사 속의 왕리췬(43세) 씨는 고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해 연금을 낼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은퇴 연령이 되더라도 연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아, 평생 일을 멈출 수 없는데 나이 때문에 고용 시장에서는 외면당합니다. 결과적으로 하루 벌어 하루를 버티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나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

고령 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나이’ 자체입니다. 기사 속 한 여성은 “40세면 이미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고용주의 시선 때문만은 아닙니다. 노동자 스스로도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며, 구직 과정에서 스스로를 낮추게 됩니다.

또 다른 노동자인 후 슈화 씨는 매일같이 새벽에 시장에 나와 일자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쯤 쉴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라도 빠지면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이든 노동자일수록 이러한 ‘노동의 압박’에 더 시달리게 됩니다.

한국 시니어 노동 시장과의 비교

우리 사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역시 50세 전후로 직장에서 구조조정의 칼날이 다가옵니다. 정년은 60세로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40~50대부터 사실상 퇴직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이들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을 떠나고, 이후에는 일용직·서비스직·단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또한 연금 제도 역시 충분치 않습니다. 국민연금은 오래 납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은퇴 후에도 일하지 않으면 생계가 유지되지 않는 세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현실은 곧 한국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1. 연금 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합니다.

중국의 사례처럼 연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날 경우, 은퇴 이후 삶은 빈곤으로 직결됩니다. 한국 역시 국민연금 가입 사각지대를 줄이고, 일정 기간 이상 가입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보장을 제공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1. 나이에 따른 차별을 줄이는 노동 시장 문화가 필요합니다.

40대가 은퇴 연령으로 간주되는 중국의 현실은 극단적이지만, 한국도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시선은 시니어들의 재취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시니어 친화형 일자리’ 발굴이 시급합니다.

  1. 평생 학습과 재교육이 필수입니다.

기사 속 여성은 학력이 낮아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시니어들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평생 교육과 재교육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단순 노동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고용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

  1. 지역 사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베이징의 마지아포 노동 시장처럼, 특정 장소에 수백 명이 몰려 일거리를 기다리는 모습은 인간적인 존엄성마저 위협합니다. 지역 사회 차원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체계적인 중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니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 기사는 중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루었지만, 우리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품위 있게 일하고, 어떻게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가입니다.

“40세면 은퇴”라는 말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농담처럼 회자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제도를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젊을 때부터 꾸준히 건강을 지키고,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노동은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나이를 이유로 ‘퇴출’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