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綺麗事 (キレイゴト, きれいごと, 키레이 고토; 예쁘게 꾸민 말; Making Pretty Talk)
일본 출장길에 몇 번 한국인 동료와 함께 들렀던 식당이 있습니다. ‘교토정식’이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단지 그곳을 운영하는 여사장님이 아주 친절하게 한국인들 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가 한국인이어서 친절했다기 보다는 모든 손님들에게 친절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연세가 80을 바라보는 그 분은, 차갑고 사무적인 다른 일본 여성들과는 달리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썼습니다. 본인이 교토 출신이고, 교토는 794년부터 1868년까지 일본의 제국 수도였고, ‘교토 사투리’를 쓰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물론 저는 사투리를 전혀 구분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일을 통해 일본에는 수많은 다른 방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또한 모든 사회적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러 단계의 ‘표준 일본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언어 사용은 화자의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수준의 일본어를 구사하는 법을 알아야 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개인적인 일은 물론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긴 사무라이 시대 동안에는 언어 사용에 실수를 하는 것이 모욕으로 여겨졌으며, 심지어 사형에 이를 수 있는 극도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특정 상황에서 올바른 종류와 수준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억양이나 특이한 말버릇에 지나치게 민감해졌으며, 좁은 규범에서 벗어나는 것을 비판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고 상황이 더 공식적일수록, 적절한 경어(敬語, keigo)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1945년 이후 수많은 사회적·문화적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여전히 언어 형식의 적절성에 민감하며, 그 적절성은 사회적·경제적 제재의 위험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젊은 일본인들은 영어 단어의 대거 수용, 외국어 학습, 그리고 록 음악의 삶 속 통합의 영향을 받아 사적인 시간이나 비공식적인 대화에서는 기분에 맞게 언어를 뒤섞고 변형합니다. 그러나 ‘제도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일본어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또한, 해외에서 시간을 보냈거나 일본 내에서 서양인과의 교류로 인해 일본적이지 않은 언어 습관을 상당히 발전시킨 나이든 일본인들은 더 이상 ‘순수한’ 일본인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그들의 경력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언어가 일본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특히 더 교육을 많이 받은 일본인들은 사람을 설득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 ‘綺麗事 (キレイゴト, きれいごと, 키레이 고토; 예쁘게 꾸민 말)’를 사용하는 뛰어난 능력을 발전시키곤 합니다. ‘綺麗事 (キレイゴト, きれいごと, 키레이 고토; 예쁘게 꾸민 말)’는 타인에 대한 존경을 표하거나, 타인을 설득하거나, 혹은 변명을 할 때 사용됩니다. 이러한 ‘예쁜 말’이 진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일본인들이 손님이나 인상 지워야 할 상대에게는 거의 항상 사용됩니다.
문제는 ‘綺麗事 (キレイゴト, きれいごと, 키레이 고토; 예쁘게 꾸민 말)’가 단순한 형식이나 술책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나온 말인지를 구별하는 일입니다.
“綺麗事 (キレイゴト, きれいごと, 키레이 고토; 예쁘게 꾸민 말)”는 문자 그대로는 ‘예쁜 말’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거나, 예의를 지키는 말, 때로는 겉치레에 불과한 말까지도 포함합니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권력과 예의, 인간관계를 조정하는 도구로 작동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은 일본인들이 ‘예쁘게 꾸민 말’을 쓴다고 선입견을 갖고 조심스레 대하려 하지만, 정작 바로 앞에서 “綺麗事 (キレイゴト, きれいごと, 키레이 고토; 예쁘게 꾸민 말)”을 듣는다면, 바로 경계가 무너지게 되고, 상황이 종료된 후에나 ‘선입견’을 잊었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것이 위험하고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