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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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부분 중 하나는 ‘숙제’입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오는 숙제는 종이 교과서와 공책, 그리고 연필로 이루어졌습니다.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교과서를 넘겨보며 문제를 풀고, 잘 모르는 부분을 설명해 주며,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온라인 숙제를 기본으로 채택하면서 아이들은 태블릿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해가 될까요?

 ‘편리함’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있는 위험

학교들은 온라인 숙제가 개별화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AI 기반 튜터가 막히는 부분을 즉각 도와줄 수 있으며, 학습 진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화려한 포장지”일 뿐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학부모들은 매번 새로운 앱을 깔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아이와 함께 로그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숙제가 공부의 기회를 주기보다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디지털 장벽’을 쌓는 셈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런 방식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과 학습 습관에 긍정적 영향을 주느냐는 점입니다.

스크린 타임이 불러오는 건강 문제

연구에 따르면,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매일 1시간 늘어날 때마다 근시 발병 위험은 21%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미 근시가 있는 아이들은 진행 속도가 54% 더 빨라집니다. 요즘 시니어 세대는 젊은 시절, 해가 지도록 바깥에서 뛰어놀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손주 세대는 이미 다섯 살 무렵부터 태블릿을 쥐고 있습니다. 눈 건강은 물론,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력 저하, 수면 리듬의 붕괴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얕아지는 집중력, 사라지는 독서 습관

또 다른 문제는 ‘집중력 저하’입니다. 온라인 교육은 점점 게임처럼 꾸며지고 있습니다. 문제를 풀면 점수가 올라가고, 캐릭터가 춤을 추며 보상을 줍니다. 이는 순간적인 흥미를 유발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합니다. 실제로 2025년 조사에 따르면 8~18세 아동·청소년 중 단 32.7%만이 여가 시간에 독서를 즐긴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20년 전보다 36%포인트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책을 오랫동안 읽고 생각을 이어가는 능력은 단순히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을 넘어 인생 전반에서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은 아이들의 사고를 ‘짧고 빠른 자극’에 길들여 버리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교훈: 스웨덴과 스페인

흥미롭게도, 가장 앞서서 교실에 디지털을 도입했던 스웨덴은 2023년에 정책을 철회했습니다. 연구 결과, 디지털 교실이 학습 향상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지 발달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역시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기기 기반 숙제를 금지했습니다. 나아가 학교 내 태블릿 사용을 주당 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법을 시행했습니다. 이 두 나라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물으며, 아이들의 학습은 아날로그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영국, 그리고 한국 사회가 배워야 할 점

영국에서는 현재 보수당이 ‘아동 복지 및 학교 법안’ 개정안을 통해 부모에게 온라인 숙제를 거부할 권리를 주려 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아이들의 뇌 발달과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수업과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이 가속화되었지만, 정작 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부족합니다.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과, 깊이 있는 학습 능력을 기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시니어 세대의 역할

시니어 세대는 손주 세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종이책을 읽어주고, 대화로 생각을 확장시켜 줄 수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디지털 업무와 생활에 바빠 아이들과 책상에 앉아 시간을 내지 못할 때, 조부모가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아니라, 세대 간 소통과 정서적 유대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디지털 숙제는 겉보기에 미래지향적이고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의 건강과 학습 능력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스웨덴과 스페인의 사례는 우리가 다시금 교육의 본질을 돌아봐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의 무조건적 도입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과 두뇌, 그리고 마음을 지키는 학습 환경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손주 세대의 배움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때, 교육은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