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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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이후의 아랍 역사를 ‘일식과 재출현(Eclipse and Re-emergence: 1350년 – 현재)’이라는 세 번째 주요 물결의 후반부이자, 특히 ‘실망의 시대(The Age of Disappointment)’라는 암울한 현대적 맥락 속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범아랍 민족주의의 절정과 그에 이은 이상(理想)의 좌절, 그리고 내부 분열의 심화로 특징지어집니다.

1. 범아랍 민족주의의 고양과 언어적 통합 (1950년대 – 1960년대 초)

20세기 중반은 알 나흐다(al-Nahdah)를 통해 싹튼 범아랍 민족주의의 이상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는 범아랍주의의 상징적 영웅이었습니다. 그는 수에즈 위기(1956년)를 통해 반제국주의 영웅으로 부상하였으며, 1950년대와 60년대에 국경을 초월하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통해 새로운 범아랍 민족주의를 전파했습니다.
  • 나세르는 웅변과 멜로디를 결합한 매혹적인 언어로 대중을 사로잡았으며, 아랍 세계 전체가 단결의 물결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 이 시기의 단결 노력은 아랍 연합 공화국(UAR, 1958년)이나 아랍 연합국(UAS, 1961년)과 같은 시도로 나타났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붕괴되었습니다.
  •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전개된 바트당(Ba’th, ‘부활’이라는 의미) 운동 역시 나세르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언어를 통해 아랍인 정체성을 규정했습니다.

정치적 희망의 상실 (1967년 ‘재앙’)

20세기 중반의 희망은 1967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맞닥뜨린 ‘재앙’(Naksah)으로 종식되었습니다.

  • 나세르의 이상과 꿈은 이 패배 이후 산산조각 났으며, 아랍 세계는 곧 ‘실망의 시대(The Age of Disappointment)’에 들어섰습니다.
  • 아랍 시인들은 나세르의 죽음을 ‘꿈의 기사(Knight of Dreams)’의 죽음으로 비통하게 애도했습니다.

2. 현대: 실망의 시대 (The Age of Disappointment)

1967년 이후, 아랍 세계는 독재자, 이슬람주의자, 무정부 상태가 혼재하는 시대로 규정됩니다.

정치적 환경 및 외부 요인

  • 1970년대 석유 가격 상승과 ‘석유 순례(pilgrimage of petroleum)’는 아랍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주었지만, 동시에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신흥 부유층(nomenklatura)을 만들어냈습니다.
  • 무아마르 알-카다피(42년간 통치)와 같은 장기 독재자들이 등장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통치는 ‘악몽의 기사(Knight of Nightmares)’로 변질되었습니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더욱 심화되어, 오슬로 협정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은 ‘포위된 영토’로 전락했습니다. 특히 가자 지구는 높은 인구 밀도와 철저한 봉쇄로 인해 ‘집중 캠프(concentration camp)’에 비유되었고, 분리 장벽 위의 뱅크시(Banksy) 그래피티는 지속되는 고통을 상징합니다.

사회 및 정체성의 지속적 갈등

  • ‘유목민(badw)’과 ‘정착민(hadar)’의 갈등은 현대에도 반복되었습니다. 군사 독재와 쿠데타의 체제는 유목민적 통치에 비유되었으며, 이에 맞서는 시민 사회의 열망은 정착민적 갈망을 반영했습니다. 2011년 카이로에서는 무바라크 정권이 낙타에 탄 사람들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는데, 이는 ‘후기 아으라브(latter-day a’rab)가 시민 사회를 짓밟는’ 장면으로 묘사되었습니다.
  • 예멘에서는 부족주의가 의도적으로 재활성화되었고, 부족민들은 근대적 국가 건설 대신 군사 독재와 습격의 시스템에 참여했습니다.
  • 2011년 ‘아랍의 봄’은 튀니지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에서 촉발된 대규모 봉기였으며, 언어와 소셜 미디어의 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인민은 정권 타도를 원한다(Al-sha’b Yurid Isqat al-nizam)”라는 구호가 핵심이었으나, 반동적 세력에 의해 대부분 진압되거나 내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담 후세인이나 바샤르 알-아사드와 같은 독재자들은 대규모 학살을 저질러, 과거 제국주의의 억압보다 더 잔혹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3. 언어와 미디어의 현대적 역할

20세기 후반 이후 정보 기술의 발전은 아랍 세계의 권력 관계를 재편하는 동시에, 언어의 지속적 영향력을 재확인시켰습니다.

  • 21세기 초 소셜 미디어는 대안적 진실을 유포하며 낡은 수사학을 전복했으나, 반동 세력 또한 이를 이용하여 미디어와 여론을 장악하려 했습니다.
  • 예멘의 후티파와 같은 세력은 “혁명의 지도자께 봉사합니다(Labbayka Ya Qa’id Al-Thawrah!)”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 추종자들의 총체적인 복종 상태를 유도했습니다.

이처럼 20세기 중반 이후의 아랍 현대사는 아랍인들이 역사의 정거장에 갇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느끼는 시기로 요약됩니다. 기술적으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AD 2020’에 도달했지만, 사회정치적으로는 여전히 ‘AD 1441년경’의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