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방언에도 불구하고 통일된 서면어(written language)를 유지함으로써, 아랍인들의 3,000년 역사 속에서 정체성 확립, 문화적 통일, 그리고 문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 통일된 서면어는 아랍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기반이었습니다.
1. 통일된 서면어의 기원: ‘고급 아랍어'(’arabiyyah)와 그 역할
아랍어는 초기부터 지역별로 다양한 방언(dialect bundle)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이전 시기부터 이미 통일된 형태의 구어(oral language)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 방언의 다양성과 고급 형태의 출현: 기원전 1천 년대에 낙타를 이용한 장거리 운송업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북부 아라비아 방언 사용자들 사이에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해졌고, 이를 통해 통일 언어의 ‘고급 형태’인 ’arabiyyah가 형성되었습니다. 남부 아라비아 언어들은 북부 방언 사용자들과 상호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달랐습니다.
- ’arabiyyah의 비일상성: 이 ’arabiyyah는 일상적인 회화 언어가 아니었으며, 주로 신탁 제공 및 시 낭송에 사용되는 ‘신비로운 혀(mystical tongue)’였습니다.
- 문화적 통일의 기반: 이 고급 아랍어는 다양한 방언의 요소들을 통합하는 “빛나는 언어적 콜라주” 역할을 했으며, 아랍인들을 무함마드 시대 이전에 이미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하나의 민족”(nation)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2. 쿠란(Qur’an)을 통한 통일된 서면어의 확립과 신성한 지위
무함마드 시대에 이르러, 이 고급 아랍어(’arabiyyah)는 쿠란이라는 최초의 아랍어 책으로 기록되면서 확고한 통일된 서면어의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 문자 혁명의 시작: 쿠란은 아랍 세계의 근본적인 텍스트가 되었으며, 아랍어가 ‘해독 가능하고 눈에 보이는’ 언어가 되도록 하여 문자 혁명의 첫 번째 장을 열었습니다.
- 신성한 권위 부여: 쿠란은 언어 자체를 “신이 영감을 준 행위”로 다루었으며, 이는 통일된 서면어에 신성한 권위와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했습니다.
- 공동체의 결속: 쿠란은 아랍 부족들을 “이슬람의 말씀 위에” 결집시켰으며, 통일된 언어는 아랍 공동체(움마, ummah)의 결속력(’asabiyyah)을 강화하는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
3. 통일된 서면어의 유지와 그 역설적 결과
이슬람 제국 확장 이후, 통일된 서면어는 제국을 운영하고 문화를 결속하는 링구아 프랑카(공통어) 역할을 했으나, 일상어와의 괴리는 지속적인 과제가 되었습니다.
- 행정 언어로서의 역할: 우마이야 칼리프조 시대(서기 700년경), 아랍어가 제국의 행정 언어로 채택되면서, 이 통일된 서면어는 “새로운 라틴어”가 되어 제국을 놀라운 속도로 아랍화했습니다.
- 문화적 링구아 프랑카: 아랍어는 제국 전역에서 문화, 예배, 행정의 매개체로 기능하며, 아랍인들이 정치적 지배력을 잃은 후에도 문화적 통일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숨겨진 힘이었습니다.
- 서면어와 일상어의 괴리 (Diglossia): 아랍어는 서면어로서의 통일성(고급 아랍어)을 유지했으나, “아무도 모국어로서 사용하지 않는” 언어였습니다. 일상에서 통용되는 방언들은 정복지에서의 인종적, 언어적 혼합(mongrelization)으로 인해 더욱 다양해지고 표준어와 멀어졌습니다.
- 통일의 ‘신기루’ (Mirage): 통일된 서면어는 아랍 정체성의 가장 강력한 상징이자 통일 요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다양하고 분열된 방언과 일상생활의 괴리로 인해 정치적 통일은 영원히 달성하기 어려운 ‘신기루’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괴리는 자유로운 표현을 제약하는 딜레마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방언에도 불구하고 아랍어가 통일된 서면어 형태를 유지한 것은 아랍 문명 전체를 아우르는 단일한 문화 영역(Kulturnation)을 만들고, 아랍인들이 정치적 통일을 잃은 후에도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