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광도 삶도 공존해야 합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거리에는 이색적인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물총을 쏘고, 여행용 캐리어를 끌며 관광객처럼 가장해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도시가 더는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현실을 비판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이 시위는 바르셀로나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는 시민들이 관광객처럼 골목을 돌며 캐리어를 끌었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시장을 형상화한 허수아비를 들고 5성급 호텔 공사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스페인의 휴양지 마요르카, 미노르카, 이비자 등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남유럽 전역이 ‘과잉 관광(over-tourism)’의 그늘 속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입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 우리는 흔히 관광을 ‘축복’이라 여깁니다. 낯선 곳을 여행하고, 경제를 살리는 좋은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은 관광이 어떻게 삶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바르셀로나의 한 청년은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우리가 평생 벌어도 살 수 없는 집을 단기 임대해 파티를 열고, 우리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며 즐기다 갑니다.”
과도한 관광 수요는 도시의 부동산을 호텔로 전환시키고, 젊은 세대는 물론 간호사, 교사와 같은 공공직 종사자들까지 중심지에서 밀려나게 합니다. 전통적인 주택이 관광 숙소로 바뀌고, 동네 극장이 고급 호텔 체인으로 개조되며, 오래된 골목은 ‘촬영지 세트’가 됩니다. 도시의 역사와 공동체, 그리고 주민의 삶이 관광산업에 잠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이제 하루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해변 라운지를 대폭 줄이기로 했고, 그리스 산토리니나 벨기에 브뤼헤는 관광세를 인상했습니다. 유럽 곳곳이 시위대를 통해 뒤늦게나마 ‘삶과 관광의 균형’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관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의 쉼이 누군가의 삶을 침범하지는 않는가?”
시니어 세대는 이제 여행의 중심에 있습니다. 은퇴 후 여행을 즐기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역시 관광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책임 있는 여행이 필요합니다.
현지인들의 삶을 존중하고, 지역의 문화를 소비만이 아니라 이해의 태도로 대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 아닐까요? 조용한 골목, 소박한 재래시장,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숙소가 주는 따뜻한 기억은 값비싼 관광상품보다 오래 남습니다.
관광도, 삶도, 그리고 도시도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유럽의 거리에서 들려온 물총 소리는 결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도시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이자, 우리에게도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당신의 여행은 누구의 삶 위에 세워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