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즈와(ghazw)는 아랍 사회의 핵심 개념이자 용어 중 하나로, 주로 유목민(badawi) 사회의 기본 제도를 뜻하며, ‘습격(raid)’, ‘정복(conquest)’, 혹은 ‘쿠데타(coup d’état)’로 정의됩니다. 이 개념은 아랍인의 초기 생활 방식과 경제 구조, 그리고 이슬람 공동체의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즈와는 비정치적인 유목 사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요소였습니다. 중앙화된 정치 체계 밖에서 살아가던 이들에게 가즈와는 그들의 역동적인 생활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방식이었으며, 특히 목축과 습격이 결합된 경제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부족한 재산을 늘릴 수 없을 때 동물을 훔치는 행위는 일종의 경제적 보충 수단으로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양과 염소를 뜻하는 아랍어 ghanam은 ‘약탈품’ 또는 ‘전리품’을 뜻하는 ghanimah와 어원을 공유하는데, 이는 아랍 사회에서 습격과 전쟁이 토지를 차지하기보다는 이동 가능한 재산, 즉 가축을 확보하는 수단이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아시리아 문헌에서도 아랍인들이 습격을 선호하고 전리품을 분배하는 관습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가즈와는 또한 유목민 사회와 정착민 사회 간의 이중성을 드러냅니다. 바다위(badawi)의 시스템은 정착민(hadari)의 정치 사회와 대비되는 역동적이고 비정치적인 생활 방식을 특징으로 하였습니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성공은 이러한 두 체제의 요소를 결합한 데 있었는데, 정주 사회의 질서와 유목 사회의 가즈와적 요소를 통합함으로써 초기 이슬람 국가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슬람이 출현하면서 가즈와의 의미는 더욱 확장되고 변화하였습니다. 과거에는 부족 간 단순한 약탈로 여겨졌던 행위가 이슬람의 도래와 함께 합법적인 군사 활동으로 재정의되었습니다. 때로는 ‘군 복무’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꾸란의 ‘전리품 장(Chapter of the Spoils of War)’은 이러한 군사 활동에 신성한 승인을 부여함으로써, 가즈와를 이슬람 국가의 도덕적 기반 속에 편입시켰습니다.
아울러 가즈와는 아랍인들의 이동성과도 깊은 관련을 맺었습니다. 낙타의 가축화와 장거리 무역로의 개척은 부족들의 이동성을 강화하였고, 이는 훗날 이슬람 정복 시대에 광범위한 확장과 전파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검과 창으로 상징되는 무술적 기량은 단순한 전투 기술을 넘어 아랍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가즈와는 고대 아랍 사회에서 경제적 생존과 부족적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근본적인 개념이었습니다. 이슬람 초기에는 단순한 약탈의 범주를 넘어, 공동체의 단결과 확장을 위한 합법적이고 신성한 군사적 수단으로 재해석되었으며, 그 결과 아랍 정체성과 역사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