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인의 3천 년 역사에서 통일과 분열의 반복은 그들의 문명적 궤적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서사 구조로, 소스는 이를 ‘바퀴(The Wheel)’와 ‘모래시계(The Hourglass)’라는 상징적 비유로 설명합니다. 통일은 주로 언어(’arabiyyah)를 매개로 한 집단 결속력(’asabiyyah)에서 비롯되지만, 정치적 통합의 실패로 인해 그 결속은 언제나 빠르게 해체되어 왔습니다.
아랍 역사의 세 가지 통일의 물결과 분열의 순환
기록된 3천 년의 역사 속에서, ‘모아진 단어(gathered word)’는 세 차례의 큰 통일의 흐름을 이끌어냈습니다. 각각의 물결은 언어와 신념의 힘으로 시작되었지만, 언제나 정치적 분열과 쇠퇴의 그림자 속에서 끝맺음을 맞이했습니다.
1. 첫 번째 물결: 민족적 자각의 시대 (기원전 900년경 – 서기 630년)
이 시기는 느리지만 심오한 민족적 통일의식이 형성된 시대였습니다.
통일의 중심에는 고급 아랍어(high Arabic)라 불리는 언어적 정체성이 자리했습니다. 이 언어는 이슬람 이전 수세기 동안 아라비아 전역에 스며들며, 혈통과 지역을 넘어선 문화적 결속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아랍 세계는 수많은 부족 단위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하드라마우트 지역만 해도 약 2천 개의 독립된 ‘정부’가 존재했다고 전해지며, ‘아랍의 날들(Days of the Arabs)’이라 불린 부족 간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언어가 통일의 매개였다면, 부족주의는 분열의 본질이었습니다.
2. 두 번째 물결: 정복과 제국의 시대 (서기 630년 – 1350년)
이 시기는 이슬람의 등장과 함께 아랍 세계가 물리적 팽창의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입니다.
무함마드는 언어의 힘을 통해 초부족적 공동체인 움마(ummah)를 창조하고, 집단 결속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의 지도 아래 아랍인들은 비잔티움과 사산조 페르시아라는 두 제국을 동시에 상대할 만큼 강력한 통일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통일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무함마드 사망 후 곧바로 배교 전쟁(Riddah Wars)이 일어나며 메디나와의 정치적 연합은 무너졌습니다.
661년 무아위야가 우마이야 왕조를 세우던 해를 ‘통일의 해(’Am al-Jama’ah)’라 불렀으나, 그 명칭 자체가 불안정한 통합의 역설을 드러냅니다. 이후 압바스 왕조에서는 비아랍계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며 제국은 붕괴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압바스 왕조의 역사는 “2세기의 권력, 3세기의 비애, 그리고 다시 3세기의 익살”로 요약되며, 아랍 정치가 흥망성쇠의 순환 속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3. 세 번째 물결: 재출현과 현대의 좌절 (서기 1350년 – 현재)
제국의 몰락 이후에도 아랍의 문화적 정체성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유럽 민족주의의 바람 속에서 아랍 세계는 다시금 언어와 문화의 힘으로 자각에 이르렀습니다. 정치적 통일(Staatsnation)은 사라졌지만, 문화적 통일(Kulturnation)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인도양 무역로를 따라 아랍어와 이슬람은 동서로 퍼져 나갔습니다.
20세기 중반 나세르를 중심으로 한 범아랍 민족주의는 다시 한 번 통합의 희망을 불러일으켰으나, 1967년 전쟁의 패배와 함께 그 꿈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꿈의 기사(Knight of Dreams)’는 ‘악몽의 기사(Knight of Nightmares)’로 변했고, 오늘의 아랍은 여전히 부족과 종파, 지역적 이해관계 속에서 분열된 상태로 머물러 있습니다. 예멘과 시리아의 내전은 고대의 피트나(fitnah)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 언어는 영속하고, 정치권력은 쇠퇴한다
아랍의 역사는 반복되는 정치적 흥망 속에서도 언어와 문화가 어떻게 생명력을 유지해 왔는지를 증명합니다.
정치적 통일은 언제나 덧없었고, 왕조는 무너졌지만, 아랍어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우마이야 칼리프 압드 알 말릭이 추진한 아랍어화 정책은 아랍어를 문명의 언어로 만들었고, 이후 학문과 과학의 중심 언어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결국 아랍의 통일은 칼이 아닌 언어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언어야말로 정치적 제국을 초월한 아랍 문명의 진정한 영속성을 상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