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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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의 3,000년 역사에서 통일과 분열의 순환은 혈통, 종교, 언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들이 때로는 통합의 기반으로, 때로는 분열의 원천으로 끊임없이 경쟁하고 작용한 결과입니다. 자료에서는 이 중 언어만이 정치적 분열의 바퀴가 굴러가는 중에도 문화적 정체성의 핵심으로 지속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I. 혈통(Lineage)을 기반으로 한 통일 시도와 분열의 반복

혈통을 기반으로 한 통일 시도는 이슬람 이전의 부족주의(qabilah)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는 통일보다는 영구적인 분열을 낳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슬람 이전의 아랍 사회는 정착민(sha’b)과 유목민(qabilah)의 이중성을 지녔으며, 부족은 혈연의 개념으로 규정되었으나 실상은 매우 불안정하였습니다. 충성의 대상은 신이 아니라 지상의 지도자였고, 이로 인해 끊임없는 부족 간의 복수와 전쟁, 즉 ‘아랍의 날들’이라 불리는 분쟁이 이어졌습니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부족 중심의 사회 질서를 신정 정치로 전환하려 했음에도, 초기 칼리프 시대의 갈등은 여전히 혈통 분쟁의 성격을 띠었습니다. 제3대 칼리프 우스만의 피살 이후 발생한 내전은 종파적 교리보다는 우마이야 가문 간의 고대적 피의 복수가 확대된 형태였습니다. 무아위야의 승리는 ‘꾸라이시의 구체제(ancien régime)’의 부활을 상징했고, 이는 통일의 이상보다 혈통과 지위가 우선하는 질서를 복원함으로써 분열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리게 했습니다.

II. 종교(Religion)를 기반으로 한 통일 시도와 현실 정치의 실패

이슬람은 분열된 부족주의를 초월하여 궁극적인 통일을 이루려는 가장 이상적 시도였습니다.

이슬람은 ‘하나의 통치체, 하나의 신(One polity, one deity)’이라는 원리를 제시했으며, 이는 이슬람 이전 남부 아라비아에서 존재했던 공동 수호신 숭배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단결 개념을 계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함마드는 종교를 통해 부족의 깃발을 초부족적 공동체인 움마(ummah)로 승화시키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종교적 통일은 독특하지만 필연적으로 파멸할 운명을 지닌 것이었습니다.
무함마드의 영적 메시지는 제국을 운영하는 세속적 문제 아래 묻혀버렸고, 분열은 교리의 차이로 나타났으나 근본적으로는 권력과 부, 명예를 둘러싼 현실 정치의 문제였습니다.

또한 꾸란의 본질적 모호성은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켜 쓰라린 충돌을 초래했습니다. 압바스 왕조 시기 칼리프 알마으문이 특정 신학을 국가의 공식 교리로 선포했을 때, 그것은 논쟁의 여지를 봉쇄하면서도 심각한 분열을 낳았습니다. 종교는 통합의 서사를 제공했지만, 현실의 권력을 독점하려는 세속적 세력의 충성심에 의해 그 이상이 훼손되었습니다.

III. 언어(Language)를 기반으로 한 통일 시도와 영속적인 문화적 유산

언어는 정치적 통일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아랍 정체성의 가장 끈질긴 통일 기반으로 남았습니다.

아랍어(’arabiyyah)는 아랍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이며, 아랍 역사의 세 가지 정복 가운데 ‘아랍어의 정복’이 가장 지속적이었습니다. 제국이 붕괴한 뒤에도 아랍어는 문명과 학문의 언어로 남아 문화적 유산을 보존했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 범아랍 민족주의(Nahdah)의 부흥기에는 나세르와 바트당 같은 범아랍주의자들에게 언어가 아랍인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들은 언어를 정치적 통일의 기치로 내세웠지만, 결국 나세르의 통일 구상은 좌절되었고 바트당 역시 분열로 끝났습니다.

아랍어는 ‘모아진 단어(gathered word)’로서 통합의 힘을 가지지만, 동시에 ‘분리와 분열’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언어의 이중성은 사용자로 하여금 갈라진 마음(forked mind)으로 사고하게 만들었고, 이는 통일과 분열의 순환을 지속시키는 문화적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결론: 순환 속의 언어적 영속성

아랍 역사의 통일과 분열의 순환은 혈통과 종교가 세속적 권력의 다툼에 의해 쉽게 왜곡되고 실패하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정치적 통일을 지향했던 이슬람 국가들은 부족적 분열과 권력 투쟁으로 반복적으로 붕괴되었으나, 언어는 문화적 통일성을 제공하는 영속적 기반으로 남았습니다.

이 언어적 정체성만이 아랍인들에게 과거의 반복 속에서도 역사적 연속성을 부여하며, ‘역사의 정거장’에 머물러 있는 듯한 그들에게 지속적인 문화적 생명력을 제공하는 힘으로 작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