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
8-22-2200

아랍(’arab)은 아랍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자 용어 중 하나로, 그 의미는 시대와 맥락에 따라 변화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이 용어는 단순히 특정한 집단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 언어, 문화, 사회 구조, 그리고 정체성의 깊은 차원을 포괄합니다.

먼저, 어원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아랍(’arab)은 본래 ‘사막 사람들’ 혹은 ‘유목민’을 의미하였으며, 이는 바다위(badawi), 즉 베두인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초기 아시리아 및 남부 아라비아 비문에서도 이러한 맥락이 확인되며, 20세기 초까지도 동일하게 이해되었습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섞이거나 합쳐진 이질적인 사람들’을 뜻한다는 주장도 있으며, 이는 내재된 갈등과 동시에 단결하려는 시도를 암시합니다. ‘아랍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는 이슬람 시대에 들어서 확립되었으며, 언어를 공유하는 것에서 비롯된 자의식은 이미 그 이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쿠란에서 ‘아랍(a’rab)’은 철저한 유목민 집단을 가리키며, 때로는 불신과 위선을 가장 심하게 드러내는 자들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습격 정신은 초기 이슬람 공동체의 군사적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아랍 사회는 역사적으로 바다위(badawi, 유목 사회)와 하드하리(hadari, 정착 사회)의 이중적 구조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아랍(’arab)은 주로 유목적 삶을 대표하였으며, 그들의 기본 제도는 습격(ghazw)으로 묘사됩니다. 무함마드가 유목과 정착의 요소를 결합해 초기 이슬람 국가를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체계의 조화를 이룬 결과였습니다. 이븐 할둔은 유목 부족이 아사비야(’asabiyyah, 집단 연대)를 통해 군사력을 형성하고 정착 국가를 정복하여 왕조를 세우지만, 정착 이후에는 활력을 잃고 결국 새로운 유목 세력에 의해 몰락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베두인의 수는 극히 적지만, 그들의 행동 양식은 여전히 아랍 세계 주요 행위자들의 사고와 행동에 반영된다고 여겨집니다. 2011년 민주화 혁명의 실패는 정착 사회에 대한 베두인적 시스템의 재확인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아랍 정체성의 핵심적 딜레마는 시민 사회에 동화될수록 아랍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약화된다는 인식입니다.

언어(’arabiyyah)와 정체성(’urubah, ’asabiyyah)은 이러한 맥락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고급 아랍어는 부족 예언자와 시인들의 언어를 통해 발전하며, 아랍인들을 하나의 문화 공동체로 결속시키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언어는 아랍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였으며, 이슬람이 가져온 통일성 역시 궁극적으로 언어에 기반했습니다. 아랍(’arab)은 비아랍인(’ajam)과의 대조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강화하였는데, ’ajam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자’라는 의미로, 이는 언어적 우월성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언어적 민족주의였습니다.

아랍 정체성의 변천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이슬람 이전 시대: 유목 생활 방식과 낙타 사육, 무역을 공유하며 문화적 통일성을 형성. 기원후 328년 나마라 비문에 처음으로 ‘모든 아랍인의 왕’이라는 표현 등장.
  • 이슬람 초기와 우마이야 왕조: 예언자 무함마드는 아랍을 지역적 존재에서 세계적 문화의 선봉으로 재정의. 우마이야 왕조는 유목 부족을 군사적 중추로 활용하며 아랍 정체성을 강화. 그러나 이주(hijrah)와 정착은 유목적 의미의 약화를 불러옴.
  • 압바스 왕조: 비아랍인(mawlas)의 동화가 가속화되며 혈통 기반 아랍 정체성은 희미해짐. 그러나 기록의 시대에는 유목민적 정신이 영웅적 기억으로 재생산됨.
  • 오스만 시대: 아랍은 다시 문명 주변부의 부족을 의미하며, 정체성은 쇠퇴.
  • 근대 나흐다: 19세기 아랍 부흥 운동을 통해 언어와 문화를 바탕으로 아랍 민족주의가 재탄생. 언어는 아랍 정체성의 본질로 재확립됨.

현대에 이르러 아랍인은 여전히 언어를 중심으로 단일한 문화 공동체(Kulturnation)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랍인들은 땅이 아니라 언어에 산다”는 표현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랍어가 지나치게 순수성과 고급성을 강조하면서 일상 구어체와 괴리되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결론적으로, 아랍(’arab)은 단순한 민족적 명칭을 넘어, 유목과 정착의 이중 구조, 언어적 유대, 집단적 정체성 형성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그 의미는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었으며, 이는 아랍 세계의 통일과 분열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맥락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