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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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被害者意識(ひがいしゃいしき, 히가이샤 이시키, 피해자 의식, The Victim Mentality)

일본인의 심리를 연구한 학자들은 “의식적 무죄(conscious innocence)”라는 독특한 성향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비즈니스적, 정치적 상황에서 일본인이 어떤 일에 연루되더라도, 객관적으로 모든 기준에서 자신들의 잘못이 명백한 경우조차도 자신들의 입장이 올바르다고 믿으려는 강박적 성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일본인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잘못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일본 정신과 의사들에 따르면, 일본인은 비즈니스나 정치적 도전에 직면하면 곧바로 ‘被害者意識(ひがいしゃいしき, 히가이샤 이시키, 피해자 의식, The Victim Mentality’를 발동시켜 스스로를 약하고 무방비한 존재로 묘사하며, 상대방이 불공정하게 이익을 취하려 한다고 비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인은 반대나 저항이 없는 한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단 반대에 부딪히면 관용은 곧 사라지고, 비이성적 비난과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표 달성을 위한 어떠한 전략이나 전술도 정당화할 수 있도록 무의식적으로 설계된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일본은 군사적, 경제적 전쟁에서 기만과 술책을 통해 승리를 추구해 왔습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일본 사회는 일상적 대인관계나 국내 비즈니스뿐 아니라 국제 무역, 외교 관계, 심지어 과거의 침략 전쟁에서도 줄곧 ‘被害者意識(ひがいしゃいしき, 히가이샤 이시키, 피해자 의식)‘ 개념을 작동시켜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이 비판이나 저항에 직면할 때 가장 흔히 보이는 반응은, “상대방이 아직 일본의 철학이나 정책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다. 이해만 하면 반대는 사라지고, 결국 일본의 올바른 정책에 동의할 것이다”라는 태도입니다.

대표적인 피해자 논리는 “일본은 작은 나라이고, 천연자원이 부족하므로 다른 나라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없다. 따라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의식 때문에 특히 미국은 일본의 발전을 억제하려 한다는 불공정한 상대국으로 자주 인식됩니다.

물론 최근에는 일본 기업과 정치계에서 역사적으로 깊게 뿌리내린 피해자 의식을 극복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기업이나 관료 사회에서 아직 미미합니다.

또한 외국인과 영어로 합리적 대화를 나누던 일본인조차, 동료 일본인을 상대할 때는 다시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집단에서 배제될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외국인은 일본인과의 교섭에서 일본식 접근법을 활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예를 들어, 업무 외 시간에 술자리, 골프, 기타 오락 활동을 통해 일본 팀의 각 구성원을 개별적으로 설득하거나, 특정 구성원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거나, 영향력 있는 제3의 일본인을 통해 해당 팀과 상사들을 간접적으로 설득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인은 장래에 중요할 수 있는 모든 정보와 인맥을 광범위하게 수집하면서도 자신들의 내부 사정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국 외국인이 일본인이 자동적으로 ‘被害者意識(ひがいしゃいしき, 히가이샤 이시키, 피해자 의식’ 모드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지만, 상호 이익적인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업무에 협조적이지 않은 일본인 책임자에게 규정을 들어보이며 기한 내에 업무 처리를 압박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날부터 2주간 그 책임자는 ‘병가(病暇)’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퇴근길에 그 책임자는 바로 ‘산업의(産業醫)’ 가 있는 병원을 찾아서 ‘업무 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진단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생소한 ‘산업의’ 제도와 책임자로서의 업무 몰입에 대한 실망감으로 늦은 밤을 넘겨 새벽까지 일하고, 그도 모자라 주말까지 일을 해야했던 그 시기가 잊혀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