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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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의 비판적 읽기가 절실합니다

전 세계 언론 환경에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국제 언론 자유 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전 세계 언론 자유 수준은 지수 측정이 시작된 25년 이래 가장 낮은 단계로 떨어졌습니다. 권위주의 통치의 확산과 디지털 미디어 수익 구조의 악화가 맞물리면서,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의 공간이 전례 없는 속도로 좁아지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세계 절반 이상이 ‘위기’ 범주로

RSF가 180개국을 대상으로 집계한 이번 지수에서, 언론 환경이 ‘어려움’ 또는 ‘매우 심각’ 범주에 속하는 나라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지수 측정 25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2002년에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언론 자유가 ‘양호’한 나라에서 살고 있었지만, 현재 그 비율은 세계 인구의 1퍼센트 미만으로 급감하였습니다. 한 세대도 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자유 언론의 토양이 이토록 빠르게 침식되었다는 사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입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국가 안보법을 비롯한 각종 법적 수단을 남용하여 언론 활동을 옥죄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법적 제한’ 항목이 조사 전 범주 중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였으며, 인도, 이집트, 이스라엘, 조지아를 비롯한 60퍼센트 이상의 나라에서 언론 관련법의 우회 적용이나 비상 입법의 오용이 자유 후퇴의 원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복적인 언론 공격이 단순한 발언 차원을 넘어 체계적인 정책으로 작동하면서, 미국의 순위는 64위까지 하락하였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테러 및 극단주의 대응법을 언론 탄압에 활용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며, 보고서 발표 시점 기준 러시아에는 48명의 기자가 투옥 중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또한 2023년 10월 이후 가자 지구에서는 220명이 넘는 기자가 사망한 사실도 이번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권력과 시장, 그리고 플랫폼이 만든 그늘

RSF의 편집 이사 안느 보캉데(Anne Bocandé)는 저널리즘이 질식하고 취재진이 체계적으로 방해받는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권위주의 정권과 무능한 정치 세력, 그리고 규제되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이 이 같은 쇠퇴에 압도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 진단은 정확합니다. 언론 자유의 위기는 단순히 ‘나쁜 정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첫째는 권력의 법적 우회입니다. 안보, 테러, 허위정보 등 그럴듯한 명분 뒤에서 비판 보도를 봉쇄하는 입법이 늘고 있습니다.

둘째는 미디어 시장의 붕괴입니다. 광고 중심의 전통 미디어 수익 구조가 무너지면서 정상적인 취재 인력이 줄고, 양질의 보도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셋째는 플랫폼의 무책임입니다.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정제된 보도보다 더 큰 주목을 받는 환경이 저널리즘의 토대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영국 사례는 자유 사회의 과제를 잘 보여줍니다. 영국은 전년 대비 두 계단 상승한 18위를 기록하였지만, 보고서는 2024년 런던에서 발생한 이란 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 기자 피습 사건, 취재 봉쇄를 목적으로 한 전략적 소송 슬랩스(SLAPPs), 시위 취재 현장의 기자 안전 문제 등을 여전한 우려 사안으로 꼽았습니다. 한편 노르웨이는 10년 연속 1위를, 아프리카 북동부 에리트레아는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였습니다.

한국 사회와 시니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한국은 비교적 자유로운 언론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지만,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파적 양극화,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유튜브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정보 편식 현상은 이미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매체를 신뢰할지, 어떤 정보를 의심할지 가려내는 책임이 시민 개개인에게 넘어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시니어 세대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시니어 세대는 사전 검열의 시절도, 자유 언론을 위해 거리에 나섰던 시절도 직접 목격한 거의 유일한 세대입니다. 따라서 누구보다 언론 자유의 가치와 한계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자극적인 제목 한 줄에 흔들리지 않고, 출처를 확인하며, 복수의 매체를 교차하여 읽는 습관은 시니어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시민적 자산입니다.

자유와 책임, 그리고 비판적 시민의 자리

RSF 공식 사이트(rsf.org)에서는 국가별 언론 자유 순위와 세부 평가 내용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02-397-3114)가 보도 피해에 대한 상담과 구제 신청을 받고 있으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미디어리터러시 포털도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 대응에 도움을 줍니다.

언론 자유는 거저 주어진 적이 없는 권리입니다. 동시에 자유는 책임을 동반할 때 비로소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무비판적 옹호도, 감정적 불신도 정답이 아닙니다. 정파적 호불호를 떠나 사실에 기반한 균형 잡힌 보도를 격려하고, 그렇지 못한 보도에는 분명한 기준을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좋은 저널리즘은 결국 좋은 독자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시니어 독자 여러분의 신중하고 비판적인 읽기가, 흔들리는 언론 환경 속에서 우리 사회의 중심을 지키는 가장 단단한 닻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