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자격이 있는데도 제도를 몰라 혜택을 놓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복지서비스의 종류가 워낙 많고 신청 절차도 가구마다 제각각이다 보니, 정작 도움이 절실한 분들이 빈손으로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며 정부가 새로운 안내 방식을 내놓았습니다. 방향은 분명 반길 만합니다. 다만 그 손길이 어디까지 닿는지는 한 번 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 가입하면 정부가 먼저 알려주는 제도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급여 안내, 이른바 복지멤버십 가입자에게 받을 가능성이 있는 복지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찾아 알려주는 정기안내를 올해 상반기에 처음 시행한다고 지난 6월 24일 밝혔습니다. 복지멤버십은 한 번 가입해 두면 가입자의 소득과 재산, 가구 구성 정보를 토대로 받을 만한 복지급여를 찾아 안내해 주는 제도로, 2021년 9월 도입돼 이듬해 전 국민으로 대상이 넓혀졌습니다. 이번 정기안내는 한 해 두 차례, 가장 최신 소득·재산 정보를 반영해 받을 가능성을 다시 판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보다 한 걸음 나아간 조치입니다. 정부는 이번에 134만 명을 대상으로 모의 판정을 거쳐, 가능성이 확인된 53만 가구에 약 79만 건의 복지서비스를 카카오톡과 전자우편 등으로 안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안내를 받지 못하던 가구가 처음으로 통지를 받은 사례도 여럿 확인됐습니다(사례 보도: 이데일리·디지털타임스). 국민이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다니던 관행에서, 정부가 먼저 살펴 알려주는 방식으로 옮겨가려는 노력 자체는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가입한 사람’에게만 닿습니다
문제는 이 안내가 복지멤버십에 가입한 분에게만 전달된다는 점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가입하지 않은 가구는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이번 정기안내의 대상에서 비켜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가입 절차를 스스로 챙길 여력이 있는 분과, 정작 복지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분은 좀처럼 일치하지 않습니다.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거나, 알아도 가입을 엄두 내지 못하는 취약계층일수록 이 첫 관문에서 걸러지기 쉽습니다. 정부가 행정복지센터 방문 가입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을 병행하고 있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입자에게 더 잘 안내한다’는 이번 정책의 본질은, 미가입 사각지대를 메우는 일과는 결이 다릅니다. 가장 깊은 사각지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의 문턱 앞에 멈춰 선 시니어
전달 수단 또한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안내가 카카오톡과 전자우편으로 발송된다는 것은, 그 통로 바깥에 계신 분께는 안내가 도착하더라도 열리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복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야말로 바로 그 통로 바깥에 가장 많이 계십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을 기준으로 할 때 71.4%로,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을 포함한 정보취약계층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더 들여다보면 격차는 한층 또렷합니다. 70대 이상의 디지털 활용 수준은 일반 국민의 20.8%에 그쳐,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홀로 지내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시니어가, 동시에 스마트폰 알림을 가장 확인하기 어려운 분이라는 현실을 통계가 그대로 보여줍니다. 정부는 ‘먼저 찾아 안내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스스로 가입한 사람에게 디지털로 알려주는 데 가까운 셈입니다. 손길이 가장 닿아야 할 곳에 손길이 가장 닿지 않는 구조라면, 그 안내는 화면 안에서만 분주할 뿐입니다.
진짜 ‘찾아가는 복지’를 위하여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이 제도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행정 자원을 아껴 꼭 필요한 곳에 닿게 하는 일, 그리고 기술이 사람의 손길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돕도록 만드는 일은 본래 보수적 가치가 가장 중시해온 원칙입니다. 사회안전망의 존재 이유는, 스스로의 힘으로 제도에 닿기 어려운 분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가입과 디지털 접속이라는 최소한의 노력을 요구하되, 그조차 어려운 분께는 정부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마땅합니다. 이것이 지원과 요구의 균형입니다.
가입 절차 자체를 행정이 대신하거나 자동으로 등록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카카오톡과 전자우편만이 아니라 우편과 전화, 무엇보다 행정복지센터와 지역 돌봄망을 통한 사람의 방문 안내를 함께 가동해야 합니다. 가장 약한 분에게 디지털 문턱을 먼저 넘으라 요구하는 제도는, 안전망이라는 말의 뜻을 거꾸로 세우는 일입니다. 제도의 방향은 옳습니다. 다만 ‘먼저 찾는다’는 약속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화면 너머와 미가입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사람의 손길이 반드시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6년 6월 24일). 정기안내 사례는 이데일리·디지털타임스 보도(2026년 6월 24일) 참조. 시니어 디지털 격차 수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국가승인통계, 2025년 발표)에 따른 것으로, 정부 공식 통계와 언론 보도를 구분해 인용했습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