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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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미리 입에 올리는 일은 금기에 가까웠습니다. 수의를 미리 마련하고 묏자리를 살펴 두는 것까지는 미덕으로 여겼으나, 임종의 순간을 어떻게 맞을지 가족과 마주 앉아 의논하는 일은 불경한 짓으로 치부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서구 사회에서는 임종을 맞는 과정 자체를 미리 설계하고 곁에서 돕는 새로운 직역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임종 둘라(death doula)라 불리는 이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산모의 출산을 곁에서 돕는 둘라의 역할을 삶의 마지막 국면으로 옮겨 온 셈입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는 지난 8월 17일 자에 알렉산드라 슈워츠 기자가 취재한 임종 둘라와 호스피스 돌봄의 변화에 관한 장편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9월 14일 자 독자편지란에는 이 기사를 읽은 한 임상 신경병리학자의 짧은 편지가 게재되었습니다. 뉴욕주 하이폴스에 거주하는 R. D. 폴커스 박사가 보낸 글입니다.

한 신경병리학자가 짚어낸 대목

폴커스 박사가 주목한 것은 기사 본문의 화려한 서사가 아니라, 많은 독자가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짧은 한 장면이었습니다. 둘라로 일하는 버지니아 창이 자신이 돌보던 엘리너 레너드에게 과학 연구를 위한 사후 뇌 기증을 권했고, 레너드가 이를 반기며 받아들였다는 대목입니다.

사후 인간의 뇌를 직접 관찰하고 연구해 온 오랜 경력의 전문가로서, 폴커스 박사는 이러한 기증이 극히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단언하였습니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명료합니다. 임상 생체지표(biomarker)와 뇌 영상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였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해답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특정 유형의 뇌졸중을 비롯한 상당수 질환은 진단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여전히 사후 조직 분석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의 검사 결과는 어디까지나 추정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확진의 마지막 열쇠는 세상을 떠난 뒤에야 손에 쥘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박사는 이러한 기증이 그 밖에도 수많은 공중보건상의 이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선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편지에서 가장 실질적인 대목은 마지막 괄호 안에 담겨 있습니다. 폴커스 박사는 뇌 기증이 운전면허증이나 신분증에 장기 기증자(organ donor)라고 표시해 두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뇌 은행(brain bank)이나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통해 별도의 등록과 진행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적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장기 기증은 다른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이식이 목적이며, 연구를 위한 뇌 기증은 목적도 절차도 관리 기관도 다릅니다. 더구나 뇌 조직은 사망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채취되어야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인의 뜻이 아무리 굳건하여도 그 뜻이 문서로 등록되어 있지 않고 가족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선의는 임종의 혼란 속에서 그대로 흩어지고 맙니다. 뜻을 세우는 일과 절차를 밟아 두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새겨야 할 대목

우리나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치매를 비롯한 뇌 질환은 이미 시니어 세대와 그 가족이 감당해야 할 가장 무거운 짐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럼에도 뇌 연구에 필요한 조직 자원의 확보는 여전히 넉넉하지 않은 형편입니다. 국내에서도 뇌 연구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뇌 조직 기증과 보관을 담당하는 체계가 운영되고 있으나, 일반 시민에게 그 존재와 절차가 충분히 알려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경계해야 합니다. 기증을 미덕으로 권장하는 일과, 기증을 사회적 압력으로 만드는 일은 전혀 다릅니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끝까지 본인의 결정에 속하며, 유족의 정서와 가족의 합의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죽음을 지나치게 담담한 기술적 절차로만 다루는 서구식 접근을 그대로 옮겨 오는 것도 신중할 일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알지 못해서 선택하지 못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니어 세대는 평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남기는 일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재산을 남기고 이름을 남기고 가르침을 남겨 왔습니다. 그 오랜 습관의 연장선에서, 자신이 앓았던 병의 정체를 후손과 후학에게 밝혀 주는 일 또한 하나의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폴커스 박사의 편지가 우리에게 건네는 조언은 결국 단순합니다. 뜻이 있다면 미리 알아보고, 미리 등록하고, 미리 가족에게 말해 두시라는 것입니다. 준비된 뜻만이 마지막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 실용 정보

보건복지상담센터 129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
국민건강보험공단 1577-1000

연구 목적의 뇌 조직 기증 절차는 일반 장기 기증 등록과 별개이며, 국내에서는 뇌 연구 전문기관 및 관련 의료기관을 통해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등록 방법과 요건은 기관에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및 편집자 주: 원문 출처: The New Yorker 2026년 9월 14일 자 5쪽 독자편지란(THE MAIL), R. D. 폴커스(의학박사, 뉴욕주 하이폴스) 기고. 인용 대상 기사는 알렉산드라 슈워츠, 2026년 8월 17일 자 리포트. 본 칼럼은 원문을 직접 인용하지 않고 사실 관계를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국내 뇌 조직 기증 관련 기관명과 절차, 사후 조직 채취 소요 시간에 관한 서술은 확인이 필요한 사항으로, 게재 전 검토를 권고드립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