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2일
05-27-0600

 

박멸의 대상이 되어버린 주름

지난 5월 23일과 24일 양일간 발행된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주말판 리뷰 섹션에는 미국 사회의 미용 시술 광풍을 정면으로 짚어낸 에세이 한 편이 실렸습니다. 소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엠마 로젠블룸(Emma Rosenblum)의 글로, 그녀는 보톡스와 필러, 안면 거상술이 더 이상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표준이 되어버린 현실을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원문에 따르면 보톡스가 미용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2002년 이후, 화면과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주름은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였다고 합니다. 제 나이로 보이는 여배우를 찾는 일이 마치 바다에서 솟구치는 고래를 목격하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는 저자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20대의 예방 시술과 거대 산업의 그늘

저자가 인용한 통계는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원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성형외과의사회(American Society of Plastic Surgeons) 자료를 근거로,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20대 성인의 보톡스 사용은 71%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노화의 흔적이 채 나타나기도 전부터 이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이른바 예방 시술 열풍입니다. 남성도 예외가 아닙니다. 2024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약 1,600만 명의 남성이 보톡스를 시술받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전체 사용자의 15% 수준에 해당하지만, 증가세 자체는 가파릅니다. 글로벌 미용 시장은 2030년까지 9,000억 달러(약 1,242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는 대목에서, 이 흐름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 구조로 자리 잡았음이 확인됩니다.

자연스러운 얼굴을 지키려는 목소리

이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사들도 존재합니다. 영화배우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움직이는 얼굴과 주름을 그대로 지니고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과 몸을 보고 그것이 정상적인 모습임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였습니다. 또 다른 배우 아만다 피트(Amanda Peet)는 미국 공영방송 NPR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영화 시사회장에서 만난 시니어 여성이 자신을 향해 “당신의 주름을 사랑한다”고 말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피트는 그 순간, 주름을 그대로 두는 행위가 마치 과도한 시술을 받은 것만큼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일이 되어 버렸음을 깨달았다고 회고합니다. 시술이 표준이 된 시대의 역설입니다.

선택의 자유인가, 강제된 순응인가

이 보도는 한국 사회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던집니다. 한국 역시 미용 의료 시장이 가파르게 확장되어 왔으며, 시술을 시작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합니다. 십 대 초반의 청소년들조차 기능성 화장품과 간단한 시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니어 세대 또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사회 활동 기간의 연장과 재취업, 사교의 폭이 넓어지면서 외모 관리에 대한 압박이 한층 무거워졌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자발적 선택인지, 아니면 사회적 압력에 따른 강제된 순응인지 분간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는 점입니다. 원문에 등장하는 회고록 작가 레나 던햄(Lena Dunham)의 지적처럼,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전제가 형성된 환경에서는 개인의 진정한 자유 의지를 가늠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세월의 흔적은 지워야 할 결함이 아닙니다

본 칼럼이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시술 자체에 대한 일방적 비판이 아닙니다. 개인의 선택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다만, 주름을 결함으로 규정하고 박멸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는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름은 살아온 시간의 기록이며,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정직한 흔적입니다. 시니어 세대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지워야 할 흠집이 아니라, 후세대가 따라가야 할 삶의 좌표가 될 수 있습니다. 로젠블룸의 어린 아들이 어머니에게 건넨 “엄마는 그냥 엄마처럼 보일 뿐”이라는 답은 그래서 의미가 깊습니다. 흐름에 휩쓸리기보다는 세월을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품격 있는 시니어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