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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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과 성과급 삭감설의 모순, 맞물린 동아시아 반도체 노동 현장의 새 풍경

대만 반도체 산업의 상징인 TSMC(대만 적체전로 제조)에서 사상 최대 실적과 직원 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동시에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과 대만 경제지의 보도를 종합하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이 회사는 올해 1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회사 내부에서는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국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행보를 본받아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사상 최대 실적 속에 번진 성과급 삭감 우려

TSMC가 4월에 발표한 2026년 1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1% 늘어난 1조 1341억 대만달러(약 52조 9000억 원), 순이익은 58.3% 급증한 5725억 대만달러(약 26조 7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424억 대만달러(약 25조 3000억 원)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8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순이익 성장률 기록을 이어간 결과입니다. 3나노미터(10억분의 1m)·5나노·7나노 공정 등 첨단 공정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74%에 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대만 경제매체 자유재경(自由財經)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호실적과는 별개로 TSMC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를 중심으로 직원 성과급이 삭감될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직원들은 그 폭이 최대 15%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회사 측은 구체적인 성과급 지급 정책을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12개 신공장 동시 건설, 막대한 자본투자가 배경

성과급 삭감설의 구조적 배경으로는 글로벌 생산 거점의 동시다발적 확장이 지목됩니다. 현지 매체는 미국을 비롯한 12개 신규 반도체 공장을 동시에 건설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성과급 삭감설의 배경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실제로 TSMC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에 첫 반도체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미국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1650억 달러(약 2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했고, 향후 애리조나 일대를 약 12개 공장 규모의 생산 거점으로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는 인피니온·보쉬·NXP 등 유럽 기업들과 합작한 ESMC를 통해 100억 유로(약 17조 원) 규모의 팹(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월 4만 장의 300mm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춰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 구마모토 공장 역시 가동 중이거나 추가 증설이 진행되고 있어, 자본 지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커진 상황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투자 흐름은 결국 단기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회사로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정학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거점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지만,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매일같이 첨단 공정의 강도 높은 노동을 감당하면서도 그 결실이 자신들에게 충분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박탈감이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만 직원들의 격앙된 반응, “이제는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발언까지

원 보도에서는 일부 직원들의 SNS 게시 내용이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회사가 내부 경영 방식대로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바꾸어 버린다는 비판,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일하는데 결국 주주들을 위해 보너스가 깎이는 것 아니냐는 불만, 그리고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업무용 협업 도구인 팀스(Teams)가 자동으로 꺼지도록 해 달라는 노동 강도 호소 등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파업 추진이 위법한지를 묻거나, 이제는 단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대만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 즉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불리는 TSMC의 내부 분위기로서는 이례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다고 하여 모든 이익을 즉시 직원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래 투자와 고용 안정을 함께 고려할 때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첨단 공정의 고강도 노동을 감내하는 현장 인력의 노고를 단순한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면 장기적인 경쟁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가 성장할 때는 그 성과가 정당한 절차와 합리적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돌아갈 때 비로소 조직이 오래 갑니다. 이는 감정적 요구나 일방적 양보가 아니라, 성숙한 노사 관계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TSMC의 이번 진통은 동아시아 반도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 의례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과정이 감정적 충돌이나 무리한 단체 행동으로 비화하기보다는, 객관적 자료와 합리적 기준에 근거한 협상으로 풀려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