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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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간지가 들여다본 서울의 ‘펫팸’ 현상과 그 이면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가 2026년 8월 21일 자 지면에서 서울을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아시아의 열풍’ 기획 시리즈의 두 번째 편으로, 서울 특파원이 강남과 청담동, 코엑스 전시장을 직접 취재해 쓴 기사입니다. 제목은 도발적입니다.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반려견이 채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숫자가 먼저 말합니다

기사가 인용한 가장 상징적인 지표는 유모차입니다.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지마켓 집계를 근거로, 2023년 반려견용 유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 판매량을 넘어섰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당 0.5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인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시장의 규모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이른바 펫 이코노미(pet economy)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산 약 8조 원(약 53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반려인 수는 인구의 약 30퍼센트에 해당하는 1,500만 명으로, 10년이 채 안 되는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정치권이 이들을 하나의 유권자 집단으로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현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의 관측도 함께 실렸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확인된 풍경도 구체적입니다. 반려견에게 사람이 먹는 이탈리아 요리를 내놓는 식당, 개 이름을 새긴 금도금 명판이 달린 80만 원(약 474유로)짜리 고급 유모차, 백내장 예방용이라며 판매되는 30만 원(약 200유로) 상당의 반려견 선글라스, 운구와 입관식과 화장까지 갖춘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가 소개되었습니다. 항공사가 반려동물 전용 좌석을 시범 운영한 사례도 언급되었습니다.

한 세대 만에 뒤집힌 인식

기사가 주목한 것은 변화의 속도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개고기를 소비하던 사회가 반려견을 가족 구성원으로 대우하는 사회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 제정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에 따라 2027년 2월 7일부터 식용 목적의 사육과 도살, 유통이 전면 금지됩니다. 종로 일대 전통 음식점들이 이미 손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장 관찰도 실렸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전환을 프랑스 기자는 흥미로운 사회 현상으로 보면서도, 그 배경에 놓인 구조적 압력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왜 아이 대신 반려견인가

기사가 지목한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주거 비용입니다.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서울 부동산 가격이 두 배로 뛰었고 금리마저 오르면서, 아파트 구입이 사실상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택 마련은 여전히 결혼의 사실상 전제 조건으로 작동합니다. 진입 장벽이 결합 자체를 가로막는 구조입니다.

둘째, 교육 경쟁입니다. 유치원 단계부터 명문대 입학 경쟁이 시작되고, 야간 학원 수업이 가계를 압박합니다. 기사는 사교육비가 10년 만에 60퍼센트 급증해 연간 200억 달러(약 27조 6,000억 원)를 넘어섰다고 전했습니다.

셋째, 정서적 공백입니다. 취재에 응한 30대 프리랜서는 “개는 새로운 아기”라고 말하며 서울에서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아무도 당신의 반려견이 어느 대학에 다니는지 묻지 않는다”는 말로 압박 없는 관계의 매력을 요약했습니다.

다만 기사는 반려 문화 역시 과시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대형견은 넓은 집이 필요하기에 부의 상징이 되고, 반려동물은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전시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눈여겨볼 대목

이 기사를 남의 이야기로 읽어서는 곤란합니다. 세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부양 구조의 문제입니다. 출산율 붕괴는 20년 뒤 연금과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 문제로 되돌아옵니다. 지금 청년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청년의 가치관 탓으로만 돌리면 해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주거와 교육이라는 두 개의 벽을 낮추는 일이 먼저입니다.

다음으로 시니어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은 이미 많은 시니어 가정에서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의 기대 수명, 병원비, 돌봄 부담을 충분히 계산하지 않은 채 입양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애정만으로는 감당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있습니다.

끝으로 세대 간 이해의 문제입니다. 기사에 등장한 30대 카페 주인은 반려견을 아끼면서도 “동물을 사람처럼 대해서는 안 되며, 반려견이 아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두 아이를 갖기를 꿈꾼다고 했습니다. 청년 세대를 하나의 덩어리로 재단하는 일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맺으며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 자체를 개탄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형태가 달라졌다고 해서 가족이 감당해 온 기능까지 사라져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세대를 잇고, 서로를 돌보며, 사회를 지탱해 온 그 기능은 여전히 누군가가 맡아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을 나무라는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선택이 무모한 모험이 되지 않도록 조건을 정비하는 일입니다. 지원할 것은 확실히 지원하고, 요구할 것은 분명히 요구하는 균형입니다. 그것이 오랜 세월 가정을 지켜 온 시니어 세대가 지금 사회에 건넬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