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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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인재가 없다 — 대졸 청년을 애타게 찾는 중소기업들의 역설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과 경기 둔화로 청년 취업난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산업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이 정작 필요한 대졸 신입 인재를 구하지 못해 사업 확장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영국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가 보도한 내용은 이러한 역설적 현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히트펌프 설치 전문 중소기업 히트 기크(Heat Geek)는 올여름에만 여덟 개 직무를 새로 열어 전체 인력을 25퍼센트 이상 늘릴 계획입니다. 그러나 운영,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신입 직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야심 찬 대졸 인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이러한 인재들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통계가 보여주는 역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올여름 구인 공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며, 특히 소규모 기업과 청년층이 선호하는 업종에서 감소폭이 두드러졌습니다. 학생고용주협회(ISE) 조사에서는 구인 직무가 8퍼센트 줄어들면서 대졸 신입직 한 자리를 두고 평균 140명이 경쟁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경쟁률이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대학협회(Universities UK)가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구인 중인 고용주의 절반이 대졸 신입 직무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답해, 전체 직급 가운데 가장 높은 미충원율을 기록했습니다. 국립대학기업센터(NCUB)가 정부 통계를 분석한 자료 역시, 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채용 규모를 더 빠르게 줄였음에도 특정 역량을 갖춘 인력을 구하지 못해 채우지 못하는 이른바 기술 부족 구인의 비율이 신입급에서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왜 중소기업은 인재를 놓치는가

업계 관계자들은 그 원인을 여러 갈래로 짚고 있습니다. 첫째, 대학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면서, 채용 박람회나 홍보 자리에서 중소기업이 소외되는 이른바 인지도 격차가 존재합니다. 둘째, 제조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 청년들이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 즉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보수를 떠올리는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업계 단체 메이크 UK(Make UK)는 제조업 구인 직무 약 5만 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이러한 이유로 채워지지 못하고 있다고 추산합니다. 셋째, 대기업과 달리 체계적인 신입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도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넷째, 채용 광고와 헤드헌팅에 드는 비용 부담 역시 인력난에 허덕이는 성장기업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입니다.

극복한 기업들의 공통점

반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한 사례도 있습니다. 알루미늄 주조업체 그레인저 앤 워럴(Grainger & Worrall)은 대도시가 아닌 지역 출신 대졸자에게 눈을 돌려 채용 방식을 전환한 결과, 최근 채용에서 목표보다 많은 인재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유로플라즈(Europlaz) 역시 대학과 직접 접촉하며 적극적으로 인재를 발굴한 끝에 우수한 신입 사원들을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유연 근무, 빠른 직무 성장 기회,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 등 대기업과는 다른 강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한국 중소기업에 주는 시사점

이러한 현상은 결코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역시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적 모순을 오랫동안 안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쏠림 현상,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처우 격차, 지역 소재 기업에 대한 기피 현상 등은 영국의 사례와 상당 부분 겹칩니다. 여기서 시니어 세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십 년간 산업 현장에서 조직을 운영하고 신입 인력을 길러낸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은, 체계적인 온보딩 프로그램을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멘토링과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시니어를 단순한 재취업 대상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청년 인재를 잇는 가교로 활용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론 이 문제를 기업의 노력만으로 풀 수는 없습니다. 정부와 지역사회가 중소기업의 채용 홍보를 지원하고, 대학이 대기업 편중 취업지원 구조를 개선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청년들에게도 성실함과 주도성이라는 기본적 직업윤리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업이 유연근무와 성장기회로 지원하고, 청년이 역량과 책임감으로 화답하는 균형이야말로 이 역설을 풀어가는 합리적 해법일 것입니다. 성실과 신뢰라는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합리적 기준을 함께 세워가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